현재로선 후자 쪽에 훨씬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집권 5년차의 피로감에 더해 대선이라는 진검승부를 앞두고 있는 비상상황이기 때문이다. MB정권 5년에 대한 심판을 줄기차게 주장해 온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새누리당)의 분위기도 갈수록 냉랭해지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야당의 공세는 충분히 예측가능한 대목이다. 다만 그 강도가 점점 더 세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취임 후 첫 라디오연설을 통해 "이 대통령 임기 내에 (측근비리 등) 밝힐 것을 다 밝히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며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간인사찰, 측근비리 등이 계속 불거져 나오자 발언수위가 달라졌다. 24일 의원총회에서 박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은 민간인 사찰 몸통으로써 책임을 지고 관계자 처벌과 대국민 사과를 하라"면서 "남은 임기 7~8개월 동안 (민간인 사찰과 측근 비리 문제를)완전 정리하고 털고 가서 퇴임 후 불행한 대통령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그러지 못할 때 퇴임 후에 끔찍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우리도 끔찍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19대 국회에서 민간인사찰, 측근비리, 언론사파업 등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밝히겠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도 결국 올 연말 대선까지 쟁점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민주평통 다과회에서 연설하는 이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민주평통 아시아 자문위원 초청 다과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
여당인 새누리당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정부와 거리를 두고 때론 대립각을 분명히 세우는 것이 대선승리를 위해선 유리하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청와대에서 당청관계 개선을 위한 신호를 보내도 별다른 응답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4월 총선이 끝난 뒤 청와대가 추진하려했던 당선자 축하만찬이 새누리당 인사들의 거부 분위기 속에서 사실상 무산된 것이 단적인 예다.
이 같은 기류는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된 뒤에도 마찬가지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여야 정치권의 기류와는 무관하게 갈 길을 가겠다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정권 마지막 해이지만 '정부가 살아 있어서 적극 움직이고 있구나' 라고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국무위원들이 모든 분야에서 실천 속도도 높이고 집행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19대 국회의 임기가 본격 시작된 만큼 그동안 추진해 오던 정책현안과 법률안, 예산 등의 원활한 처리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불통'정권으로 이름난 현정부가 임기 말에 19대 국회와 과연 얼마나 소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동후 기자 ceo@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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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땅출판사 ‘당구공은 없다’ 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