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쿠라 도시오 교수, '한민족 해외동포의 현주소' 출간
"세계 각지에 700만 명이 넘는 한국인이 있다는 사실을 일본인에게 이야기하면 그 숫자에 일단 놀라고, 곧이어 일본인인 당신이 왜 해외 코리안에 대해 연구하느냐고 질문하죠."
최근 출간된 책 '한민족 해외동포의 현주소'(학연문화사 펴냄)의 표지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이름이 대표 저자로 적혀 있다.
제목만 봐서는 으레 국내학자의 연구서일 것 같지만 이 책을 기획하고 엮은 아사쿠라 도시오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 교수는 재일동포도 아닌 일본에서 나고 자란 일본인이다.
30년간 한국을 연구해온 대표적인 지한파 문화인류학자인 그는 1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도 해외 코리안을 연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한국 연구자들의 성과를 보완하기 위해 책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메이지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1980년 전남대에서 수학하기도 한 아사쿠라 교수가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지난 1994년부터다.
당시 중국 동북 3성에 거주하는 조선족에 대한 공동연구에 참여하면서 재외 한인 연구에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미국과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러시아 사할린 등을 돌며 연구를 이어갔다.
일본인 학자로서 재외 한인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우선 "해외이민과 해외거주라는 측면에서 일본과 대조적인 한국을 연구하는 것이 일본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요즘 일본 젊은 사람들은 해외에 잘 나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유학을 가는 학생도 감소하고 있고 해외주재도 기피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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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중국, 중앙아시아, 사할린 등지로의 한인 이주가 대체로 일제시대에 이뤄졌다는 점도 일본인 학자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한국인이 아닌 일본인의 시각에서 재외동포를 연구하는 데에는 한계도 있지만 오히려 유리한 점도 있다.
"'동포(同胞)'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 사람들은 해외 코리안을 같은 민족이라고 여기고 동질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그런 시각을 배제한 채 연구할 수 있습니다. 또 해외 코리안 당사자들도 제 3자인 일본인이 청자가 되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고요."
아사쿠라 교수는 이런 이유로 '동포'나 '한인'이라는 단어보다 '해외 코리안'이라는 중립적인 단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나온 '한민족 해외동포의 현주소'는 아사쿠라 교수가 있는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이 지난해 말 개최한 '동아시아 해외 코리안의 인류학적 연구'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중심으로 묶은 책이다.
같은 박물관에 재직 중인 오타 심페이 교수와 오카다 히로키 고베대 교수 등 일본 학자들뿐만 아니라 고정자 일본 종합연구대학원대학 박사, 박승권 중국 중앙민족대 교수, 임 엘비라 사할린국립대 교수 등 여러 재외 한인학자가 참여했다.
책 속에서 이들은 중국과 일본, 사할린·연해주, 베트남·호주 등 지역별 한인들의 현황과 실태를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한국에서의 연구 현황도 살펴보고 있다.
아사쿠라 교수는 "이 책의 연구는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으로 한정됐지만 앞으로는 남북아메리카와 유럽 등 세계 각지의 해외 코리안에게도 눈을 돌리게 될 것"이라며 "이 책이 그 첫발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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