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낙타는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영광(김낙형)은 교도소 출소 후 귀향하지만 그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형제들도 그를 외면한다.

세월의 풍파를 겪은 영광은 이제 평범한 삶을 꿈꾸며 재개발 예정지역에서 땅도 사고, 결혼도 한다.
하지만, 모난 성격 탓에 걸핏하면 사람들을 폭행해 경찰서를 자주 드나든다. 게다가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는 소문이 들리고, 재개발 사업마저 취소된다는 얘기까지 나돌면서 그는 걷잡을 수 없는 상태에 돌입한다.

영화 '낙타는 말했다'는 연극 연출가이자 배우인 김낙형을 앞세워 한 남자의 지리멸렬한 막장 인생을 다룬 영화다.

재개발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내세웠지만 웃음을 기본양념으로 했기에 무겁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거북스러울 정도로 걸쭉한 입담이 속사포처럼 쏟아지고,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찌질한 행동이 화면을 채우며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한 남자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제대로 보여주기에는 74분의 시간이 짧았던 것 같다.
장편 데뷔한 조규형 감독은 여러 이야기를 짧은 시간 안에 마구 집어넣는다. 이야기의 이음매가 허술하고 두서없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영광의 눈을 통해 재개발이라는 사회적 화두를 들여다보는 방식도 느슨하다는 느낌을 준다. 좀 더 개성 있고,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중층적으로 사회의 어둠을 조명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광이 버스를 타고 귀향하는 영화의 첫 장면은 인상적이다.
작년 인디포럼 폐막작이자, 서울독립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다.
11월12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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