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버뉴스) 이덕주 기자 = "김치까지 얼어 아이들 뭘 먹여야 할 지 모르겠어요."
아침 최저 기온 9.8도를 기록한 3일 오전 광주 동구 산수동의 한 주택, 세 아이의 엄마 이수진(가명·37) 씨는 새벽잠에서 깨 얼어버린 김치를 보고 걱정했다.

연일 혹한이 계속되면서 김씨 가구의 도시가스비는 평소보다 두 배를 훨씬 넘어버렸다.

16만 원에 달하는 도시가스비는 이씨가 한 달을 꼬박 동사무소 경로당에 나가 도우미로 일해 번 돈의 3분의 1에 달하는 돈이다.

"우리 아이 셋에다가 친척 아이까지 방학에 놀러 와 보일러를 끌 수도 없어요."
이씨는 늘어난 난방비 때문에 식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한숨 쉬었다.

그래서 지자체와 복지단체에서 지원해주는 쌀이나 김치가 겨울철에는 더 고맙다. 이런 김치가 얼어버리자 이씨는 눈물을 지어 보였다.

이씨의 집에 있는 중학생, 초등학생 자녀는 자그마한 전기장판 위에 따닥따닥 앉아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군 복무 시절 다쳐 장애판정을 받은 남편은 냉장고만큼 차가운 작은방 침대에 집채만한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다.

집안 곳곳에는 이씨 아이들의 겨울옷과 방한용품이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겨울에는 내복 바지에 면바지를 입고 반소매 티에 겉옷까지 껴입어야 잠잘 수 있다고 이씨는 말했다.

지은 지 오래된 이씨의 주택은 외벽으로 돼 있어 바람이 쉴 틈 없이 스며든다.

바람은 방안의 습기와 만나 곰팡이를 피웠고, 곰팡이는 이씨에게 만성 비염을 안겼다.

비염 탓에 아픈 머리를 짓누르며 이씨는 출근길을 서둘렀다.

"구청에서 주택보수를 해줘 지금은 그나마 나은 편이에요. 그래도 너무 많이 나오는 도시가스비가 걱정이네요."
시부모댁에 사는 까닭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아닌 차상위계층 지원을 받고 있지만 이씨는 겨울철에는 늘어나는 난방비 탓에 살기가 더 팍팍하다고 전했다.

그나마 아이들이 군것질을 좋아하지 않아 고마울 따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이미 많은 지원을 받고 있어 고맙지만 기름이나 연탄과 달리 도시가스비는 지원되지 않아 아쉽다"고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씨는 아이들에게 "바람 들어오니 문 잘 닫고 있으라"고 당부한 후 지인에게 김치를 얻어볼 요량으로 빈 김치통을 들고 일터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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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주 기자  dokjulee@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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