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손해보험업계가 조만간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할 모양이다. 보험료 인상 압박 요인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우선 정비업체들이 정비수가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아직 정비수가 인상폭을 둘러싸고 보험사들과 정비업계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그 폭에 따라 자동차보험료는 2∼4% 인상 요인이 생긴다는 것이다. 최근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보험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내년 1월부터 보험료 할증의 기준이 되는 보험금 지급액을 현행 50만원 이상에서 200만원까지 다양화함으로써 보험료가 1∼2% 오르게 된다. 이런 저런 사정을 보니 보험료 인상의 불가피성을 이해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은 서민 운전자에게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올리기에 앞서 사업비 감축 등 경영합리화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 지 따져봐야 할 일이다.

보험소비자연맹은 손해보험사들이 초과사업비를 줄이면 보험료를 4% 내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맹에 따르면 2009회계연도 1분기에 손보사들은 인건비, 마케팅비용 등 사업비로 당초 책정한 금액보다 4.48%를 더 사용했다. 270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2008회계연도에도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사업비로 3조1천947억원을 지출했다. 예정사업비보다 무려 1천619억원이 많았다. 보험료 추가 인하 여력이 있음에도 과당 경쟁을 하느라 사업비만 지나치게 늘어난 것이다. 방만한 사업비 지출은 소비자의 부담으로 귀결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해진 사업비만 썼더라면 자동차보험료를 더 낮출수 있었다는 얘기다. 정비수가와 손해율에 따른 보험료 인상도 주먹구구식이다. 손보업계와 정비업계간의 정비수가 논쟁은 그칠 날이 없다. 적정 정비수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없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가 적정 정비수가에 대해 한국산업관계연구원에 용역을 줬고 이달 중순 공청회를 열 계획이라니 지켜볼 일이다.

손보사들이 보험료를 조정할 때면 항상 내세우는 손해율은 일정한 잣대가 없다. 손해율이란 보험료 수입 대비 보험금 지급 비율을 나타내는 수치다.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손해율은 평균 71%다. 손보사들은 손해율이 이 기준을 웃돌면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며 엄살이다. 실제 보험료를 곧바로 올려왔다. 하지만 손해율이 이 기준 밑으로 떨어졌다고 쉽게 보험료를 내리지는 않는다. 손보사들은 2008회계연도에 손해율이 69.6%까지 추락했지만 보험료 인하에는 인색했다. 보험료 인상으로 경영부실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손보사들은 운전자를 더이상 `봉'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 사업비를 최대한 아끼는 노력부터 먼저 해야 한다. `나이롱 환자' 등으로 발행하는 보험금 누수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감독당국은 손보사들이 사업비를 적정하게 집행하는 지를 세심하게 점검해 보험료를 과다 책정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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