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연맹(KBL)은 2일 오후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김승현(31) 징계를 종전 18경기 출전정지에서 9경기 출전정지로 징계를 낮춘다고 결정했다.
김승현은 이번 결정에 따라 이르면 오는 7일 전주 KCC와 원정경기를 통해 코트에 복귀할 수 있다.
KBL은 징계 감면과 관련해 "재재금은 이미 완납했고 출전정지만 2개 라운드에서 1개 라운드로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 김승현이 자숙하는 태도를 보인 점과 김승현 출전 정지로 시즌 초반 고전하는 오리온스에 기회 균등에 의한 전력 평준화라는 원칙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 7월 연봉 협상 과정에서 KBL이 금지하는 이면계약이 드러나 18경기 출전정지와 벌금 1천만원 징계를 받은 김승현의 족쇄를 조기에 풀어준 이유로는 군색하게 들린다.
김승현은 자신의 잘못에 어떤 형식으로든 공개 사과하지 않았다. KBL 총재와 언론 앞에서 버젓이 거짓말을 했던 심용섭 오리온스 단장도 사과는 없었다.
사건 당사자의 `공개 사과를 통한 반성'이 확실하지 않는 상황에서 면죄부를 준 것은 앞으로 있을지 모를 `제2의 김승현 파동'을 고려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KBL은 지금까지 '징계를 내리면 반드시 감경해준다'는 학습 효과를 구단과 선수들에게 심어주며 스스로 권위를 깎아내리는 모양새다.
KBL은 2003년 사상 초유의 몰수 경기 사태 때도 SBS 구단에 내린 1억원의 제재금을 결국 0원으로 면제해줬고 2006년 당시 동부 소속이던 양경민의 징계 역시 36경기 출전 정지에서 21경기로 깎아줬다.
더구나 이번 결정은 오리온스와 KBL, 그리고 KBL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단들이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의혹이 짙다.
오리온스가 징계의 효력이 발효되기도 전인 이번 시즌 개막 직전부터 김승현의 출전정지 징계를 완화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오리온스는 김승현 명의로 `물의를 빚어 죄송하다'며 선처를 호소하는 문서를 KBL에 보냈고 각 구단 단장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약속이나 한 듯 징계 수위 완화 쪽으로 손을 들어줬다.
오리온스가 기획하고 일부 구단과 KBL이 동조하는 형식의 예견됐던 결과인 셈이다.
미국프로농구(NBA)는 2000년 조 스미스와 이면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 5년간 신인 1라운드 지명권 박탈, 벌금 350만달러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팬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하는 `봐주기식 사면'은 나쁜 선례를 만듦으로써 결국 구단의 피해와 팬들의 실망이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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