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靖國)신사는 도쿄 중심가 지요다(千代田)구에 있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전사자들을 영령으로 합사해 떠받드는 곳이다.

현재 합사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천여명이다.

이러한 야스쿠니 신사를 둘러싸고는 전쟁신사, 전범신사, 일왕숭배와 군국주의 둥지, 국가신도 본거지 등의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일본은 멀리는 청일전쟁에서부터 러일전쟁, 만주침략,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을 징병해 전쟁에 내보내고 이들이 전사하면 줄어든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다시 징병해 전쟁터에 내보내는 징병-전쟁-전사의 악순환이 반복됐다.

야스쿠니 신사는 이러한 순환을 원활히 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했다. `전쟁터에 나가 천황을 위해 죽으면 신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진다'는 믿음을 심어줌으로써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비참함과 공포심을 마비·은폐시키고 국민들을 전쟁터에 내몰 수 있었다.

야스쿠니 신사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일본에는 망자를 신으로 모시는 문화, 전통이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과거 전쟁때 전사자 유족을 달래기 위해서는 죽음 자체를 슬픔이 아닌 기쁘고 성스러운 것으로 승화할 필요가 있었다.

일본 사회에서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야스쿠니 정신'이나 '야스쿠니 신앙'이 생긴 배경이다.

야스쿠니 정신은 국가를 위해서는 기쁘게 피와 눈물을 흘리라는 희생정신을 의미했다. 이와 함께 전쟁터에서 죽더라도 신이 돼 야스쿠니로 돌아간다며 생명을 버리게 하는 믿음과, 천황과 국가를 위해 기쁘게 죽었을 것이라는 유족의 믿음이 곧 야스쿠니 신앙이다.

야스쿠니 신사가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정신적으로 지탱했던 군국주의와 일왕숭배의 둥지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본의 보수우익 정치인들은 야스쿠니 신사가 순직 영령의 명복을 빌면서 부전(不戰)의 결의를 다지고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곳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야스쿠니 신사가 과거에는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강요하는 제단이었다면, 지금은 보수 우익 세력들이 과거의 화려했던 일본제국을 회고하고 '황국'의 영광을 읊조리는 성지로 군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야스쿠니 신사 경내에 있는 부속 박물관인 유슈칸(遊就館) 등은 과거의 '전쟁 신사' '군국주의 신사'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당초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육군성과 해군성이 직접 관리하고 육군 대장이 최고 책임자였던 군사시설이었다. 유슈칸 역시 지금은 박물관으로 변신해 있지만, 1882년 개관한 일본 최초이자 가장 오래된 군사 박물관이 과거의 원래 모습이었다.

이곳 유슈칸에는 아직도 '대일본제국'의 영광과 일본군의 공적을 기리는 전쟁 전시물로 가득 차 있다. 전시·소장물은 10만여 점. 자살 공격을 감행한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원들의 유품·유서와 각종 무기들이 전시돼 있다. 한마디로 부전과 평화를 다지는 시설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국가신도란 과거 조선신궁과 대만신사를 설치했던 일본제국의 국가 제사 시스템으로 1868년 메이지(明治) 유신에서부터 일본이 패전할 때까지의 약 80년 동안 일본인을 정신적으로 지배했던 국가종교다.

국가신도는 군국주의와 결합돼 국민들을 전쟁에 동원하는 이데올로기 역할을 했으며 국가신도의 근간을 담당했던 시설이 바로 야스쿠니 신사였다.

일본의 비판적 지식인인 고야스 노부쿠니(子安宣邦) 오사카(大阪)대 명예교수는 야스쿠니 신사의 전몰자 합사와 영령 현창(顯彰)에 대해 "일본제국의 연속성을 믿는 정치인이나 옛 군인들, 정치적 학자, 신관(神官)들의 상념 속에서만 존재하는 시대착오적 기만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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