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교육이 바로서야 공교육이 산다

교육이란 불안전한 인간을 바람직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지 인간을 의도적으로 개조하는 것은 아니다. 심어 놓은 것이 콩이 되는지 팥이 되는지는 농부의 능력 밖의 일이고 농부는 심어 놓은 콩이 더 좋은 콩으로 자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교육은 천부적인 재능이 잘 발현되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몇 년전 국내 언론사의 설문조사에서 학생 70%이상이 학원 수강과 과외 등 사교육에 중독되어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즉 학생 10명 중 7명이 학원과 과외 교육을 받지 않으면 심리적 불안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 일곱 명 중에는 그저 남들이 다니니까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요즘 일반 학부모가 겪고 있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학부모들의 학력 지상주의가 이런 현실을 초래했다고 진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력에 의해 가치가 분배되는 현실, 즉 점수가 높아야 소위 좋은 대학을 진학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런 현실을 학부모 탓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 회피에 해당된다.

올 수능도 벌써 4개월정도 남았다. 수험생들은 날짜를 세며 조마조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수험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도 마찬가지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우리 교육의 현실 속에서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수험생들은 성적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다.

공교육의 본질은 자신을 개발해서 자립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이 되도록 하는데 있다. 우리 사회에서 그런 교육의 담당자는 학교요 선생님들이지 학원 강사나 과외 교사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학교에서는 학생 교육의 상당 부분을 학원 강사나 과외 교사에게 떠넘기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너희들 다 알고 있지?’라는 말로써 모든 것을 학교 밖에서 배웠기 때문에 굳이 새롭게 가르칠 것이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일반화 되었다고 한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학교 선생님들은 미숙한 학생들을 자립적이고 독립적 개체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제자에 대한 선생님의 본분이다.

반면 학원 강사나 과외 교사는 학생을 자신들에게 의존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이 후자가 현재 교육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학원이나 과외가 공교육의 본질을 압도할 수는 없다. 사교육에 압도되고 교육 행정이 교육 자체를 능가한다면 자라나는 2세들에게 어떠한 희망도 줄 수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교사들은 공교육의 본질을 깨닫고 제대로 학생들을 지도해야 한다.

현재 공교육 위기의 원인을 보면 첫째, 교육은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교육을 맡은 학교라는 거대한 조직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려운 조직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급격한 변화 즉 혁신을 꾀하는 정치적 노력은 교육에서는 성공하기가 어렵고 부적응의 문제를 일으킬 뿐이다.

둘째, 사회가 급변하면서 과거 교사와 교과서가 지식의 권위를 독점하고 있었으나 오늘날은 인터넷이나 대중 매체에 대한 지적 신뢰가 교사의 권위를 대체하게 되었다.

셋째, 역사적 특수성에 기인하는 문제다. 일제 강점기나 6ㆍ25, 군사정권 등을 거치면서 저항이 미덕인 것처럼 인식되어 국가나 정부의 정책에 대한 권위가 무너진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공교육이 바로 설려면 다시 기초로 돌아가야 한다. 고등학교 책을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가 다 있다. 주변에서 잘 나가던 사람들이 인생을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유치원에서 배운 것(정직, 성실, 근면 등)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데 있다.

기초는 다양한 영역에 관련되어 있는 지식이고 가장 완전한 지식이며 가장 쉬운 영역이면서도 그것이 부실하면 큰 재앙을 초래한다. 기초교육은 방법적인 면에서 대부분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가능하다. 그러나 쉬운 것을 반복적으로 시켜서 철저하게 교육시킨다는 일은 재미도 없고 하여 소홀히 하기 쉬운데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면 그만큼 엄격한 규율이 필요하다.

공교육의 위기가 기초 교육의 부실에서 비롯되었다면 공교육을 바로잡는 일은 학교가 엄격한 규율 위에 기초교육을 바로잡는 일에서 출발해야 한다.

▲ 이동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