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자 시사 주간지 ‘시사인’은 2014년 치러질 17개 광역 단체장 후보 가상 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특집으로 실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이제 호남은 민주당 텃밭이 아니라는 것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안철수 현상을 몰고 온 신당이 생겨나면 민주당은 이겨낼 수 없다는 흐름이 뚜럿히 잡혔다.

이제 광주·전남·전북은 더 이상 민주당의 독점적 놀이터가 아니라는 현실을 실감할 수 있는 결과다. 광주시장의 경우를 보자. 지금껏 물망에 오른 인물은 현직 강운태 시장을 포함 이용섭, 강기정, 장병완 현 민주당의원 정도였다. 경쟁 군에 포함되기도 했던 김동철 의원은 최근 시장 불출마를 선언, 네 사람 정도로 좁혀있는 형국이다. 이런 인사들이 민주당 경선을 벌인다면 누가 이길까. 시민들은 여기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전남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차기 전남지사 후보군으로는 주승용, 이낙연 민주당 의원과. 이석형 전 함평군수로 좁혀있었다. 세 사람 모두 민주당원들이다. 주, 이 의원은 민주당 내 위상과 역할을 고려하면 당을 떠나 지사 후보가 된다는 걸 상상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이와는 달이 이석형 전 함평군수는 안철수당 행이 확실해졌다. 지난 4월 서울 노원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안 후보를 열렬히 도왔다. 이는 전남도지사 후보로 나설 때 안철수 당을 택하겠다는 분명한 방증이다. 세 인사 모두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민주당 경선을 벌인다면 주승용 의원이 우세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주 의원은 정직함을 정치생명으로 삼고 신뢰를 쌓아온데다 현재 김한길 대표 계열이라는 조직 우위가 그를 유력하게 보게 하였다. 하지만 광주·전남 광역단체장에 대한 특정인 우세 예상은 더 이상 생명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돼버렸다.

시사인의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다. 이 조사의 상호 격차는 어느 한 후보에 대한 지지도를 변경시키기 어려울 정도였다. 광주시장이나 전남도지사 모두 마찬가지다. 광주시장의 경우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안철수 당으로 출마할 경우와 강운태 현 시장과 가상 대결을 시켰을 때 장 교수가 강 시장을 더블 스코어차이로 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격차는 17개 광역단체장 가상 대결에서는 볼 수 없는 광주만의 특이한 결과였다. 시사인과 조사를 의뢰한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미디어 리서치가 두 인사를 매치시킨 것은 두 사람이 가장 경쟁력이 앞선다는 판단에서였을 것이다.

전남도지사 가상대결은 더 경이롭다. 안철수 당으로 이석형 전 군수가 출마할 때 가상 대상인 주승용 의원과 천정배 전 의원을 16~20%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 결과는 광주·전남지역에서 민주당의 자기 집 울타리 안에 있는 텃밭이 아니라는 현실을 보여주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시사인의 조사가 1년 후의 결과를 정확히 맞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광주·전남 민심은 민주당 공천만 따내면 본선을 통과한다는 등식을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광주·전남인들이 그동안 민주당의 볼모가 되어 왜곡된 표심을 행사했던 과거는 이제 돌이키기 어렵게 되었다.

이는 광주·전남 경제와 정치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청신호로 받아들이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호남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 문화가 정착되는 전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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