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식 실질서비스를 통해 지역기업을 육성하자

구구 팔팔….‘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구호가 아니라 지역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며, 고용인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함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러니 중소기업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하게 된 일이 중소기업 살리기, 전통시장 살리기 등의 광주경제살리기 운동이었다. 경제살리기 운동을 해보니 일시적인 돕기보다는 근본적인 치유책이 필요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광주경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까. 호남 소외와 열악한 경제여건을 극복할 비전을 찾아야 한다. 고민 끝에 광주의 살길은 국제화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경쟁의 터를 해외로 삼으면 호남 소외의 현장에서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작은 도시가 큰 도시와 승부를 하면 불리하다. 우리나라의 비수도권지역은 수도권과 경합하면 불리하기 때문에 자신과 비슷한 규모의 지역을 세계로 찾아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중소기업-지역경제-국제화의 연결고리를 생각하면, 중소기업의 세계화를 이루어야 광주가 살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중소기업의 세계화를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 중소기업이 대부분 대기업의 하청업체이다. 더구나 보통 특정지역의 중소기업들은 자기 지역의 특정대기업 공장에만 납품하도록 강요받는다. 특정대기업의 처지와 처분에 따라 울고 웃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중소기업을 통한 지역 발전 대책이 나올 수 없고 중소기업을 통한 지역 국제화를 노릴 수가 없다.

따라서 대기업에 독립적이면서 세계시장에 진출 가능한 지역형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는다. 대기업에 독립적이게 끔 하려면 여러 대기업과의 거래를 보장하여 특정대기업 종속을 줄여 주어야 한다. 해외로의 부품 공급 능력 확충이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세계적 수준의 부품산업을 육성하여 특정대기업과 특정국가의 사정에 따라 부침하지 않는 안정적 경영이 가능하게 도와야 한다는 말이다.

특정 지역에 적합한 지역형 기업... 어디 쉬운 일인가. 다만 선진지역에서 지역형 기업이 성공한 사례들을 보면 소위 ‘클러스터’라는 것이 발달하여 있다는 게 관련 연구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지역 내의 기업, 행정, 대학, NGO, 정치인들이 함께 모여 관련 정보를 모으고, 대학에 연구를 의뢰하고, 전문화된 수많은 단계의 기술을 개발하고, 자금을 모으고, 관련인재를 교육하며, 선배기업은 후배기업을 이끌어 주고, 세계의 기술네트워크를 공유하며, 지역 브랜드화를 통한 판매 전략을 공동으로 구사하는 클러스터 정신으로 무장해 있더라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클러스터만으로는 지역을 발전시킬 수 없다. 지원방식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부는 여러 종류의 지원기관을 설립하여 지역기업운영과 클러스터 형성을 도와왔다. 하지만 이들 기관에 대한 재정지원 비율이 높다 보니 형식적인 지원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는 안 된다. 지원 일감을 스스로 찾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의 정부지원의 핵심은 정부기준에 적합한 사업에 대한 자금지원이다. 이렇게 기준을 만들고 이를 따르라는 곳에 돈을 지원하면 각 지역마다 천편일률적인 사업이 등장할 것이 뻔하지 않은가. 지역발전에 대해 대다수의 전문가가 동의하는 지역 특성화가 불가능하게 된다는 말이다. 반면 정부는 지역을 지속적으로 지배하게 될 것이다.

결국, 지원 방법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좀 강력하기는 하지만 자금지원을 줄이고, 정부기준에 따른 지원은 아예 없애야 한다.

그럼 무슨 지원을 해야 하나? 기업들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해 주어야 한다.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하면 기술자를 소개해주고, 업계의 향후 방향 전환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면 관련 정보를 제공해준다. 그 외에도 지원방법은 많다. 시장조사, 원자재 공동구매, 회사원 공동교육, 공동기술개발, 해외시장개척, 또 돈 빌릴 때 상호보증업무 등등 지원 방법은 무수하다. 다만 이런 일은 실천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늘 옛날 하던 대로 사업 공모나 하고, 정부기준에 맞는 회사에 자금지원이나 하고 그러는 것이다. 이제 늘 해오던 방법, 편안하기만 한 방법, 효과가 없었던 방법은 폐기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이민원 광주대학교/글로벌경영학과 교수/前 국가균형발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