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야당의 어깨가 무겁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국정원은 선거 개입이 아니라 “종북 활동을 하는 사람을 적발하기 위한 업무 수행의 일환이며 대북심리전의 한 방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새누리당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6월 국회에서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국정원 여직권 인권 침해와 매관매직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국정조사에 합의할 수 없다며 몽니를 부리던 태도를 갑자기 바꾼 것이다.

새누리당의 태도 변화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 보인다. 최근 5일 동안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지난 20일에는 대화록 발췌 본이, 4일 후인 24 일에는 비밀문건인 대화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뒤 전문이 공개됐다.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는 국익에도 해가 될 뿐 아니라 국가 신뢰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한데다 반발 여론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정원의 공개 결정에 박수를 쳤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대화록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이 들어있다면 국정원 대선개입으로 궁지에 몰린 국면을 일거에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을 것이다.

뚜껑이 열렸지만 나온 건 새누리당 기대치 이하다. 핵심 쟁점이었던 ‘노무현 NLL 포기 발언’은 대화록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NLL의 실체를 인정하는 발언뿐 아니라, 평화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발췌 본을 열람한 뒤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보고 드린다’는 표현을 썼다”며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했다”고 목청을 높였던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의 주장도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NLL은 땅 따먹기 하러 미국이 만든 선’이라고 말했다”는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의 주장도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공개된 대화록에는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미국과 적대 관계를 해소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김정일을 설득시킬 만한 힘이 느껴지는 역설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을 설득하는 대화 내용이다.

기록전문가협회는 “국정원 소속 공무원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작성했더라도 대통령 국정행위를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한 것이므로 회의록은 대통령 기록물”이라고 강조하며 “회의록 공개는 대통령지정기록물 누설죄를 비롯한 관련법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회의록에 포함된 국가기밀 전체가 공개되도록 한 행위는 국가기밀 관리라는 국정원의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일”이라며 “대통령기록물법 제19조와 제30조 3항의 대통령지정기록물 누설죄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새누리당은 신속하게 입장을 선회했다. 시간을 끌다가 역풍을 맞겠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정원 대선개입 물타기를 위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한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과, 이에 항의하는 촛불집회가 고조되기 전에 국면전환을 꾀할 필요가 절실하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얼마큼 준비가 돼 있을까. 경찰과 검찰, 국정원이 서로 공조해가며 인멸한 증거들까지 찾아내야 할 텐데 민주당의 역량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당의 어깨가 무겁다. 새누리당의 방어벽을 뚫을 수 있다면 12.19대선은 국가정보기관이 개입된 부정선거라는 전모가 밝혀질 것이고,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저항에 밀리게 되면 진실이 묻히고 만다. 잘 해주기 바란다. 많은 국민이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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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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