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신경전 속에서 대화재개 움직임이 주춤거리는 듯하지만 북.미대화에 대한 미국의 최종 의사결정이 임박했다는 신호음들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 북.미접촉 "괜찮았다" 긍정평가 = 4일 전해진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의 보도가 주목된다. FP는 최근 미국을 방문한 리 근 미국국장과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성 김 대북특사가 비공식 실무접촉 과정에서 ▲북한의 다자회담 복귀전 2차례 양자회담 개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면담 허용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외교 당국자들은 "아는 바 없다" "모르겠다"고 일단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외교가에서는 양측이 상당수준의 합의를 봤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측으로부터 북.미 실무접촉 결과와 관련한 개략적 보고를 받은 고위 당국자는 "내가 전해 들은 것으로는 괜찮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북.미 실무접촉에 대한 평가를 둘러싸고 혼재된 관측들이 나오는 가운데 나온 정부 당국자의 사실상 첫 공식 반응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물론 북한이 전날 '폐연료봉 재처리 완료' 카드를 꺼내며 미국을 재차 위협하는 "좋지 않은 행보"(고위당국자)를 보이기는 했지만 이는 북.미대화라는 '정해진 코스'에 결정적 지장을 줄 만한 요소는 아니라는 게 관측통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대화에 매달리는 듯한 북한의 다급한 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판단이 오히려 쉬워진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美, 조만간 결정"..대화시기는 유동적 = 미국이 '조만간' 북.미대화의 시기와 장소, 의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북핵문제를 총괄지휘하고 있는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전 연합뉴스 라이브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을 초청한 지가 꽤 됐기에 미측이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라며 "가장 최근에 들은 얘기는 미측이 조만간 입장을 정할 것 같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늦어도 11일 시작되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전 북.미대화와 관련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언 켈리 국무부 국무부 대변인이 3일 브리핑에서 "성 김 특사가 이제 막 돌아왔고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해외 순방중"이라면서 "결정을 내릴 것이지만 지금 당장은 그런 시점이 아니다"고 말한 점이 주목된다.
현재 클린턴 장관은 이집트를 방문 중이며 이르면 5일께 미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져 클린턴 장관의 귀국 이후 본격적인 내부 검토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대화의 최종시기는 유동적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북.미 실무접촉이 '긍정적'이었다는 평가 속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과 미국 추수감사절 사이인 11월 하순으로 북.미대화 시기가 잡힐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 내부의 복잡한 사정을 근거로 12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시각까지 등장하고 있다.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북.미대화가 언제 열리냐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해를 넘길 가능성이 적다고 봤는데 지금은 진짜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화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시각은 북.미대화에 대한 공화당과 대북 강경파의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데다 이란 핵과 아프가니스탄 증파문제 등 미국 국내 정치상황이 유동적이어서 내부 조율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에 터잡고 있다.
◇ 위성락 방미행보 주목 = 이런 가운데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5일부터 7일까지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그의 방미 행보에 외교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북.미 실무접촉 결과에 대한 외교가의 평가가 엇갈려 나오는 가운데 미국측으로부터 정확한 '디브리핑'을 받고 북.미대화 결정에 대한 내부 기류를 파악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위 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리근 국장과 성김 특사간의 접촉에 대한 미국측 설명을 들을 예정"이라며 "크게는 북한을 6자회담으로 복귀시켜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위 본부장의 '방미 보따리'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겐'(일괄타결)안이 들어있는 점이 눈에 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기간 이뤄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랜드 바겐의 세부내용을 중점 협의할 것으로 알려져 오바마 행정부와의 조율 향배가 주목된다.
위 본부장의 방미를 놓고는 북핵 정보공유를 둘러싼 한.미간 공조체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으나 당국자들은 "전혀 그런 일 없다"고 일축했다.
rhd@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 대통령, 총리·비서실장 인선에 깊어지는 고심…총선 수습 출발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