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임기 동안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 대통령에게 이미지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 이미지의 좋고 나쁨은 곧장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 여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권의 입장에서는 임기 초반에 대통령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선적인 과제이다. 그렇지 않고 임기 초반에 대통령에 대해 나쁜 이미지가 형성된다면 그것은 임기 내내 정권의 국정 수행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한 예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나쁜 이미지는 임기 초반에 형성되었다. 국민 생명의 안전을 무시하고 광우병 우려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경솔하게 결정한 일 그리고 이에 대한 국민의 항의를 억압했던 사실은, 이후 미국산 쇠고기로 인한 광우병이 실제 발생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임기 내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정 이미지가 되었고 그 국정 수행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임기 초반의 현재의 시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는 어떻게 형성되고 있나? 한 마디로,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는 국정원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물들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정부 구성의 인사 정책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그리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늘상 그러하듯, 정부 구성의 주요 인사들 역시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내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 구성의 인사 직후 박근혜 정부가 보다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였어야 할 것은 좋은 정책의 시행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국정원 댓글 사건은 정권의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빨리 처리하고 넘어갔어야 할 사안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대응은 정반대였다. 국정원 댓글 사건을 덮기 위해 국정원장이 직접 나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NNL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는 등, 문제를 더욱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그렇지 않아도 국정원 댓글 사건과 NNL 왜곡 사태로 불공정한 대선 경쟁을 치루었다고 생각하는 야당과 그 지자들에게 그것은 반발과 저항의 빌미를 제공했다. 나아가 그것은 현재 여야 간 극한 대치의 정쟁으로 이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NNL 진실 규명의 사안을 최우선적인 정치 쟁점으로 부상시켰다.

이러한 사태에 즈음하여 박근혜 정부는 여론상 자신들이 밀리지 않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판단이 과연 합리적인지는 매우 의문스럽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그 단기적 승패 여부와 관계없이 박근혜 정권에 대한 초기 이미지는 국정원 정치 개입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물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굳어질 공산이 크다.

집중적인 정책 시행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임기 초반의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왜 이렇게 국정원 사태에 매달리고 있는지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현재의 야당조차 ‘친북좌파’ 세력으로 몰고자 한다는 점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동하는, 어쩌면 한국 보수세력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본능의 발로인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국정원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 소모적인 정쟁을 격화시키고 진실을 은폐시키는 쪽으로 전개된다면, 그것은 다수 시민들의 항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는 그것을 억압하는 데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임기 초반 박근혜 정권의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시키는 것으로서, 향후 박근혜 정권의 국정 수행에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국정원 사태를 확대시키고 있는 박근혜 정권의 시도는 겉으로는 매우 현명한 것 같지만 실제적으로는 매우 자해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정해구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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