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를 진행하는 동안 미국은 실질적인 협상에 나서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 재처리가 끝난 만큼 북한이 상당기간 추가적인 조치를 하지 않고 사실상 핵동결의 기반을 마련한다면 북미대화가 개시될 명분이 설 수도 있다. 북핵 6자회담의 우리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4일 "북한이 초청한 지가 꽤 됐기에 미국 측이 조만간 입장을 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최근 북한의 리 근 미국국장과 미국의 성 김 대북특사가 비공식 실무접촉에서 ▲북한의 다자회담 복귀전 2차례 양자회담 개최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면담 등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11일 시작되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이전에 북미대화의 일정과 의제를 미국이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미간 기싸움이 가열되면서도 양자대화의 '밑그림'이 서서히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북핵문제 해결은 북미관계는 물론 남북관계 개선 여부를 가름할 핵심 변수다.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앞세운 위협이 더는 소기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경제력과 과학기술 수준이 훨씬 앞선 일본이나 한국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지 않는 것은 명분과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최대 10기의 핵무기를 갖고 있다 해도 9천400기를 보유한 미국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4일 "남북한 경제협력 확대는 동북아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와 지속발전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협력의 큰 장애 요소인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의 직거래를 시도하면서 동시에 한국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핵문제 해결 없이는 남북한 협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은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복귀해 이 대통령이 제시한 '그랜드 바겐' 등을 통해 한반도 문제 해결을 함께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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