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몰이가 해법 아니다

2019세계 수영대회 예산지원 중단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광주시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모든 질의 항목에서 광주시가 원하는 쪽으로 나타났다. 세계 수영대회 유치를 위한 정부 보증서를 위조했다가 들통 나 대회를 포기해야 할 위기상황에서 계획된 여론조사다.

정부가 이에 대한 징계 조로 예산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광주시가 반격전을 펼치는 중에 나온 것이다. 이번 여론조사도 그런 전략적 성격이 짙다. 야당출신 시장이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정부를 상대로 일전을 펼치는 게 궁극적으로 득 되는 전략인지 냉철하게 숙고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예산지원 중단 선언은 온당치 않다.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인 수영대회를 유치한 것은 광주시민은 물론 전 국민이 환영할 국가경사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77.5%가 수영대회 유치를 잘한 일이라고 응답했다.

광주시민이 아닌 어느 국민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 다해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 틀림없다. 부정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다른 유사한 국제대회를 치른 국내 지자체에 예산 지원을 해왔다.

그러므로 예산지원을 놓고 국민이 부정적 반응을 보일 리 없다. 오히려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수영대회 최종 제안 설명을 몇 시간 앞둔 시점에서 국내 언론에 위조사실을 알린 것도 지탄받을 처사다. 아무리 국기를 흔든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유치 성공에 재를 뿌린 언론플레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위조 사실과 유치 성공은 별개의 사안으로 다루었어야 했다. 마치 성공을 저지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행동이었다. 진정 성공을 바랐다면 최종 제안 설명이 끝나고 결과가 나온 후에 위조사실을 알리는 게 정상적이다.

정부의 일 처리가 정상을 벗어났다 하더라도 세계수영대회는 반드시 치러야 할 국가적 과업이다. 만약 정부가 1천억 가까운 예산지원을 하지 않을 경우 광주시는 대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일이 진행되면 국가적 망신을 사게 된다.

국가의 브랜드와 신인도 면에서 손상을 입는다. 어떤 잘못이 있더라도 대회만큼은 반드시 성공적으로 치러져야 한다. 꼬인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부가 예산지원 중단 방침을 철해하는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억한 감정 덩어리를 풀기 위해서는 광주시의 자제하는 자세가 전제되어야 한다.

한국의 총리와 장관 명의를 위조해 엉터리 정부지원 약속 서류를 꾸민 것은 잘못된 짓임을 깊이 깨닫고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지성인이 취할 자세다. 이 건과 관련 정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보증서 위조 범죄를 저지른 게 사실이고 광주시청 누군가는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덮어두고 정부의 잘못만 부각하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닐 뿐만 아니라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푸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여론조사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비판받을 만하다.

예산 중단 선언이나 사전 위조사실을 유출한 정부의 대응자세는 상식을 벗어난 짓이다. 유치 성공을 위해서는 사전에 자해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예산지원 없이는 대회를 치를 수 없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대회는 치러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주시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한 이상 자제하고 뉘우치는 참모습을 보이는 게 수습을 위한 선행 조건이다. 광주시가 대회를 성공하기를 바란다면 죄인답게 자중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여론몰이로는 실타래를 풀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