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지막 실무회담 제의’를 한지 10일 만에 북한이 제안을 전격 수용한 것이다. 정부도 북한의 제안이 긍정적이라며 회담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폐쇄로 치닫던 개성공단이 정상화될 희망을 갖게 됐다.

정부의 경협보험금 지급 발표로 인해 공단 폐쇄를 각오해야 했던 일부 기업들은 벼랑 끝까지 몰렸던 상황에서 일단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정부의 경협보험금 지급 결정에 입주기업들은 이 저리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을 태워야 했다.

최고 70억 한도에서 109개 업체에 2,809억 원이 지급되지만, 그간의 투자와 수개월간 공장가동을 멈추며 감당해야 했던 손실액 등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협보험 약관 33조 3항에 의해 보험금을 일단 받으면 개성공단에 있는 해당 업체의 건물과 설비 등에 대한 권리는 정부로 넘어가게 된다.

투자금의 절반도 안 되는 보험금을 받고 공장을 정부에 넘겨야 하니 말 그대로 울며 겨자 먹기다. 마지막 순간에 북한이 회담을 제안해 왔고 정부가 이를 수용했다. 입주업체로서는 몇 시간 만에 지옥과 천국을 오간 셈이다. 정부도 이번 7차 회담에 적극적으로 응할 태세이고, 북한 또한 긍정적인 자세이어서 일단 조짐이 좋다.

사실상 북한이 정부의 요구를 99% 수용한 것이다. 이 정도라면 정부도 북한의 제안을 거부할 명분이 없게 된다. ‘개성공단 중단 조치 해제’와 ‘북측 근로자 출근 보장’ ‘정상운영 보장’만으로도 개성공단 정상화의 핵심쟁점이 해결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장애는 있다. 우리 사회에 남북경협을 부정적으로 보고 개성공단 폐쇄를 주장하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들이 지난 6차 회담까지 그랬듯이 또 ‘훼방꾼’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회담 수용 발표가 있자마자 보수언론들은 앞 다퉈 판을 깨려는 의도가 담긴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조선과 동아는 과장보도를 했다. 북한의 회담제의를 정부가 전격 수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두 신문은 작당이라도 한 듯 비슷한 기사를 올렸다. 박근혜 정부가 북한에 대해 ‘KO승’을 거둔 양 자극적인 제목을 뽑았다.

어찌 된 영문일까. 북한의 제안에는 “어떤 경우에도 정상운영 보장”이라는 표현이 들어있지 않다. 조선과 동아가 자의적으로 끼워 넣은 것이다. 북한이 무릎을 꿇었기 때문에 정부가 북한의 회담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려는 수작이다.

‘박근혜 정부의 KO승’ ‘북한의 KO패’ 이렇게 여론을 호도하고 싶은가 보다.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으며 절충점을 찾아 가는 게 회담이다. 하지만 보수언론에는 남북회담을 ‘북한 무릎 꿇리기’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보수언론들은 북한이 개성공단 중단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려는 것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입주업체들의 생각을 달랐다. “우리 정부의 의제가 대부분 북측 안에 반영된 것”이라며 북측 합의안을 받아들여도 무방하다고 맞섰다.

정부가 끝내 보수언론들의 손을 들어주자 업체대표들은 “북측 제안이 적극적”인데도 정부가 반대하고 있다며 “더 이상 정부 편을 들지 않겠다”고 목청을 높인 바 있다. 개성공단 중단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책임이 크다. 하지만 정부에게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북한과의 경협이 북한에만 이로운 게 아니다. 경협은 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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