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


미첼 바체레트 칠레대통령

(산티아고=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한국은 칠레의 핵심 파트너 중 하나입니다."
오는 10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4일 칠레 산티아고의 모네다 대통령궁에서 연합뉴스를 비롯한 6개 외국 언론사 특파원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첫 방한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의 긍정적 효과를 열거하면서 투자 확대를 비롯한 전반적인 양국 우호 관계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 문제와 브릭스(BRICs) 국가의 위상 강화 문제를 지적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3월 퇴임하는 바첼레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개인적인 삶과 피노체트 군사 독재와 관련된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다음은 바첼레트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 이번 아시아 방문 일정은.
▲ 한국과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 뒤 싱가포르로 가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다.
-- 한국을 방문하는 소감은.
▲ 칠레와 한국은 1962년부터 외교관계를 맺은 우방이다. FTA가 발효된 지도 5주년이 됐다. 두 나라는 모두 민주주의 정부이며 인권과 세계화, 시장개방, 국제 안보, 통상 등 여러가지 이슈에서 많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부터 양국 관계가 훨씬 더 다이내믹해졌다. 오늘날에는 양국이 더욱 깊은 외교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FTA 또한 매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본다.
-- 칠레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한 적이 많지 않은데.
▲ 칠레의 민주화 이후 한국을 방문하는 세번째 칠레 대통령이 된다. 1994년 에두아르도 프레이, 2003년 리카르도 라고스 전 대통령이 각각 한국에 간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작년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초대를 받았다. (기자를 향해) 이명박 대통령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가? 당시 이 대통령이 한국에서는 모두가 칠레 와인을 마신다고 해 정말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칠레 와인이 가격과 품질 모두 좋다고 칭찬해 기분이 매우 좋았다.
--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나눌 생각인가.
▲ 양국 상호관계의 현 상태를 점검하고 FTA의 진행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 기업인, 학계 인사들도 만난다. 한국과 칠레의 상호 관계를 보다 높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국에서는 어떤 활동을 주로 하나.
▲ 칠레의 경제계 인사들과 같이 방한해 양국 경제, 통상관계를 발전시키고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이를 위해 세미나도 열기로 했다.
또 교육 분야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방산 분야의 협력도 추진할 계획이다. '독립200주년 기념펀드'의 기금을 활용해 칠레의 이공계 인재들을 한국 대학에 진학시켜 석.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국방 협력 분야도 논의할 예정이다. 양국 장교들의 교환 훈련에 대한 것이다.
-- 한국과의 FTA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 양국 간의 FTA에 대한 우리의 평가가 매우 훌륭하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사실 칠레는 협상의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발효 5년을 맞아 각종 통계를 보면 한ㆍ칠레 FTA가 가장 성공적인 조약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FTA가 발효되기 전 17억5천만달러 규모였던 양국 교역량은 지난해 67억7천만달러로 껑충 뛰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도 양국 교역량은 22억달러를 기록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칠레의 입장에서 한국은 이제 핵심적인 파트너로 올라섰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은 수출과 수입 양쪽에서 모두 중요한 시장의 역할을 해냈다. 칠레의 대 한국 수출은 280% 늘어 36억달러를 기록했고, 한국으로부터의 수입도 31억달러나 됐다. 한 가지 예를 들겠다. 2002년 칠레는 한국산 자동차를 1억4천만달러어치 수입했으나 2008년에는 무려 7억달러로 늘어났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수입한 자동차 중 3분의1이 한국산이었다.
한국과의 FTA는 칠레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와 처음 맺은 것으로 지역 내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 앞서 귀중한 경험이 됐다.
- 최근 칠레산 농산물 추가 개방 요구에 대해 한국에서는 논란이 있었는데.
▲ 과거 FTA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한국 내에서는 많은 논란과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국 농업 분야가 FTA로 인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통계로 볼 때 FTA가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 칠레에서는 한국의 투자가 늘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 양국의 통상 관계도 좀더 발전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투자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이번 방문에서도 세미나와 기업인들의 만남, 협상테이블 등을 통해 칠레가 남미의 비즈니스 기지로 좋다는 사실을 홍보할 계획이다. 또 칠레는 미국과 시간대가 똑같아 서비스센터 등의 분산도 가능하다. 이미 미국에 진출한 많은 인도 회사들이 그런 식으로 칠레를 활용하고 있다.
또 2007년 기준으로 칠레의 민간 부문에서 총 12억달러를 한국의 금융 시장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같은 투자는 양 방향에서 함께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 APEC에서는 어떤 주제를 주로 다룰 생각인가.
▲ 기아 문제와 환경 문제다. 최근 기후변화는 국제적인 위기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더불어 환경 보호와 남극 보전, 어류 불법 남획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또 이번 APEC 회담의 중요한 포인트는 글로벌 경제위기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다. 유사한 경제위기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어떤 방식의 개혁을 해야 하는지, 위기 경보 체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
--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논의도 계속되나.
▲ 그렇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과는 이미 FTA를 체결했으며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과도 FTA 협상을 벌이고 있다.
-- 개인적인 이야기도 궁금하다. 대통령이지만 두 자녀의 어머니로서 아이들의 아침식사를 직접 챙겨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 국방부 장관 시절까지는 열심히 챙겨줬는데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24시간 내내 바빠 시간을 내기 어렵다. 그래도 휴일에는 가끔 직접 식사를 챙겨준다. 내년 3월(퇴임 시기)부터는 매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 과거 다른 인터뷰에서 '여성적 리더십'을 강조한 적이 있는데 그 의미와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 남성과 여성을 일반적으로 어떻다고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전통적으로 남성 리더십은 결과에 포커스를 맞추고 여성은 과정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한다. 어느 것이 월등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 혼자서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 피노체트 군사 정권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고문을 당했지만 국방부 장관 시절 과거 군사 정권의 인사들까지도 포용한 적이 있다. 그들을 진심으로 용서한 것인지, 과거사 청산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 우리들은 그 당시 일을 잊지 못한다.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모든 사회에는 충돌과 의견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이런 것을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들 중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민주주의적 방식이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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