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ㆍ한국어 병행 교육, 우리학교로 오세요"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필리핀 한국국제학교는 한국 교육 과정의 우수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재외국민들의 주 관심사인 영어교육 강화를 위해 국민 공통기본교과 그대로 영어와 한국어를 병행하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로 오십시오."
지난 9월 14일 해외 한국국제학교로는 30번째, 동남아에서는 5번째로 개교한 필리핀 한국국제학교의 홍성천(64) 이사장은 5일 "본국 수준의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재외국민의 자녀 교육을 위해 국내 교육과정을 근간으로 하면서 필리핀의 특수성을 반영한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학교 홍보를 위해 최근 방한한 홍 이사장은 "현재 교사 20명이 학생 50명을 가르치고 있다"며 "내년에는 학생 400명을 모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문을 연 데 이어 한국-필리핀 수교 6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유치원과 고등학교가 각각 개교한다.
한국과 필리핀 양 정부로부터 학교 인가를 받아 개설된 한국국제학교에는 재외국민 자녀와 필리핀인 그리고 부모를 동반한 유학생 등이 입학할 수 있다. 내년에는 필리핀 6.25참전용사회 자녀 5명이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다.
홍 이사장은 "60%는 영어로, 40%는 한국어로 교육한다"며 "현재 미술과 체육, 보건, 필리핀어, 특별활동은 영어로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수학, 과학, 사회 과목도 일정시간 영어로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목들은 한국의 교육과정 내용을 중심으로 한국인 교사와 원어민 교사가 가르치게 되며, 교재는 한국교과서와 미국 또는 영국의 교재 중 동일 내용을 포함하는 교재를 선택해 동시에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여름과 겨울 방학을 이용해 한국 학생들을 위한 영어캠프를 열 계획인 이 학교는 주로 국내 농ㆍ산ㆍ어촌 지역의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학교는 지하 1층, 지상 4층의 교사(校舍)에, 컴퓨터실, 음악실, 시청각실, 체육관 등의 시설을 갖췄다. 필리핀에는 한인 20만여 명이 살고 있으며 자녀 5만여 명이 지금까지 필리핀 현지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왔다.
한국국제학교의 설립은 1990년대 초반 아시아 개발은행 김경우 전 이사가 시작했지만 한인들의 공감대 형성을 이루지 못해 무산됐고, 2001년 홍 이사장이 한인회장을 맡으면서 논의를 재점화했다. 설립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그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현지 대사로 근무할 때 모금 운동을 본격화했다.
홍 이사장은 추진위원회를 확대해 2004년 재단법인을 만들었고, 2009년 초 250만 달러를 모금해 정부로부터 매칭펀드로 받은 250만 달러를 합쳐 이 학교를 건립했다. 그는 최중경 대사를 비롯해 50만 달러를 쾌척한 한국전력, 그 밖에 삼성, LG, 대한항공 등 현지 진출 기업과 한인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서울 출생인 홍 이사장은 성균관대를 나와 전기설계사로 일하다 1976년 태권도 사범(9단)으로 필리핀에 갔다가 정착해 살고 있다. CBMC 무역회사를 운영하면서 필리핀태권도협회를 조직했고, 민주평통 자문위원, 한인회장, 필리핀한인총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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