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比 IBON재단 투얀 이사장


比 IBON재단 투얀 이사장 "한국은 '약탈원조' 본받지 말아야"

"한국은 '약탈원조' 본받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원조는 얼마나 많이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원래 원조 목적에 따라 올바른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앤토니오 투얀 필리핀의 IBON 재단 이사장은 외교통상부와 무상원조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 주최로 4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제3차 공적개발원조(ODA) 서울국제콘퍼런스에서 패널로 참석해 한국 정부가 개발도상국들을 위해 원조액을 많이 늘려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2011년 한국에서 열리는 OECD 4차 고위급포럼(HLF-4) 공동의장이기도 한 그는 "개발도상국 정부가 요구하지도 않는 댐이나 도로를 지어주겠다며 자국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소위 '캡쳐드 에이드'(captured aid;약탈원조)를 자행하는 나라와 국제기구도 있다"며 한국 정부는 그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IBON 재단 설립에 참여했고 이 단체가 세계적인 국제개발 NGO로 성장하는 데 한 몫을 담당했으며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를 만나 국제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공적개발원조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 IBON 재단을 간략히 소개해 달라.
▲ 리서치 전문 싱크탱크이면서 비정부기구(NGO)이다. 1978년 설립됐고 현재 직원 수는 60명 가량이다. 커뮤니티(지역사회) 개발을 지향하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5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사회 경제 정치적 이슈 전반에 대한 연구 역량을 키우고 활동가 교육과 보고서 발간을 통해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노동 관련 단체들과 교류도 활발하다.
-- 단체 운영비는 어떻게 조달하나.
▲ 소액 기부자들도 많지만 주로 책 출간 수익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한 해 약 30권의 책을 발간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나 무역, 금융위기 등 여러 국제 문제에 걸쳐 깊이 있는 보고서를 내고 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읽히고 있다. '리얼리티 오브 에이드'(ROA)와 같은 국제 NGO 네트워킹도 IBON재단이 주도하고 있다.
-- ROA가 무엇인가.
▲ 세계 40여 NGO들이 빈곤퇴치를 목적으로 결성한 네트워크로 1993년 결성됐다. 각국 정부나 국제기구 등의 개발협력 정책을 분석하고 평가해 개발도상국들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정책이 시행되도록 한다. 내가 위원장이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표한다. 그 밖에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유럽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非) OECD 국가를 대표하는 4명의 위원들이 있다.
-- 한국이 곧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할 예정인데.
▲ 한국 정부가 계속 원조 규모를 늘리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아직도 국제 기준에 못미친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나라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원조를 늘려주기를 기대한다. 상대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해 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개발도상국에 자국 상품을 수출하기 위해 원조를 제공하는 '타이드 에이드'(tied-aid;조건부원조)나 부패한 나라 정부 관리를 매수해 댐이나 도로 등 불요불급한 대형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해 주겠다며 자국 기업들의 일거리를 만드는 '캡처드 에이드'를 본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 2011년 한국에서 열리는 OECD 4차 고위급포럼(HLF-4) 공동의장을 맡았는데.
▲ 선진국들과 개발도상국 정부는 물론 민간단체들이 함께 참여해 3년마다 열리는 중요한 회의이다. 개발도상국들도 선진국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국제개발 어젠다를 설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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