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사기’ 에코넥스 대표 전격 구속

(영광=에버뉴스) 최은영 기자 = 수천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전기자동차 주식사기 사건의 핵심 관계자가 전격 구속되면서 수사가 정치권과 자치단체로 확대될 전망이다.

영광경찰서는 지난달 31일 비상장 주식을 내세워 509억원대의 투자사기를 벌인 혐의로 전기차 생산회사인 에코넥스 대표 소모(59)씨를 구속했다.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3700여 명에 달하고 총 피해금액도 68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어 수사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찰은 소씨가 액면가 100원짜리 비상장 장외주식을 주당 3000원에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정치권과 자치단체가 공신력을 담보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에코넥스는 정치적 영향력이 있던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2011년 투자자 모집영업권을 가진 자회사(에코넥스 이디디) 회장으로 영입해 대대적인 사업홍보에 나섰다.

김 전 지사는 에코넥스 회장 직함을 지니고 2011년 10월 울산시청과 경남도청에서 차례로 전기차 시승행사를 가졌다. 시승식에는 박맹우 울산시장과 김두관 경남지사도 참석했다.

경찰은 전남도와 영광군이 에코넥스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언론홍보에 적극 나선 것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사기극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준영 전남지사는 2011년 2월 에코넥스와 투자협약(MOU)을 체결할 당시 “전기차 산업은 지역 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영광군에 각별한 배려를 당부했고 정기호 영광군수는 “국제적 기업이 영광땅에 둥지를 튼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영광군은 특히 에코넥스 측에 벤처빌딩을 사무실로 내주는 등 행정적 지원은 물론 부지매입과 시설투자 등의 명목으로 혈세 11억3800여 만원을 지급한 상태다.

경찰은 이들 정치인과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소씨의 주식사기에 이용됐을 수 있으나 사전에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가담 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투자자 모집 과정에 깊숙히 개입한 에코넥스와 에코넥스 이디디 관계자 10여 명을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조사중이어서 사법처리 대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핵심 관련자가 구속된 만큼 주범급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지난 2월부터 에코넥스의 자회사였던 에코넥스 이디디 고위 간부 사모씨 등 4명을 주식사기 혐의로 구속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