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대 진출 위해 트렌드 끌고 가야"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 올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쥐'의 박찬욱 감독은 5일 "한국 영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예술적 표현의 영역을 넓혀 트렌드를 끌고나감으로써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이날 밤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제4회 런던 한국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받은 `박쥐'의 상영을 앞두고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더 많이 한국 영화를 수출하고 싶다면 영어로 만들어야겠지만 트렌드를 창조해 나가는 또 다른 방법도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최고의 문화공간으로 꼽히는 런던 바비칸센터와 영국의 대표적인 영화기관인 BFI 등에서 1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박 감독의 `박쥐', 봉준호 감독의 `마더'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29편이 상영된다.
다음은 박 감독과의 일문일답.
--기독교적인 주제와 소재로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포스터 디자인이 수난을 많이 받았다. 한국에서는 여자 주인공의 다리가 외설적이라고 해서 지워져야 했고 미국에서는 여자 주인공의 가슴이 팬 골이 문제가 돼 역시 삭제됐다. 영국에서는 남자주인공의 로만 칼라(ROMAN COLLAR)가 종교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지워졌다.
--종교단체의 반발은 없었나.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주인공의 로만 칼라가 도발적일지 모르지만 영화를 본 사람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은 실제로 신앙을 버리지 못해 고민하는 사람이다. 정확히 본다면 숭고한 자기 신앙 또는 도덕적 관념을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것이 바로 남자 주인공의 비극이다.
--한국영화가 세계무대로 영역을 확대하려면.
▲TV나 전화기를 파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작품이 우수해도 언어적 장벽이 있다. 유럽이나 미국에 많이 수출하고 싶다면 영어로 만들어야 된다. 그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언어적인 문제 말고 다른 생각은.
▲영어로 만들지 않더라도 영화적인, 예술적 표현의 영역을 넓히고 그것을 선도하는 일을 함으로써 어떤 트렌드를 창조하고 끌고 가야 한다. 그렇게 하면 세계무대에 널리 알려지고 중요하게 취급받게 된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의 영화가 모두 어둡고 상업영화와 거리가 좀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수백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영화인데 당연히 상업영화로 봐야겠죠.
--런던에서 `박쥐'를 개봉하게 된 소감은.
▲감격스럽다. 이렇게 훌륭한 곳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 잘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외국의 다른 한국 영화제에도 많이 초청받았을 텐데.
▲런던 한국영화제는 잘 조직되고 현지인들에게 중요하게 부각돼 있다. 이곳 지식인이나 영화관,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는 실속있는 영화제다. 내 영화를 바비칸 센터에서 상영하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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