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장 민주당 ‘독점구도’깨지나

12월에 들어서면서 택시 타는 경우가 잦아졌다. 12월 초장부터 송년회를 구실삼은 술자리가 많아져서다. 택시에 오르면 운전기사와 정치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공식일정처럼 돼버렸다. 그 가운데 차기 광주시장은 누가 될 것인가, 어느 인사가 적합한가가 주된 내용으로 압축된다. 택시기사는 금세 열을 받는다. 왜 누구는 안되고 누구는 왜 당선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소신을 연거푸 뿜어내기 일쑤다. 그대 상중에 이용섭 의원이 뚜렷하게 주목받는다.

그들에게 이용섭 의원이 호감의 상대로 인식되고 있는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입을 빌리자면 ‘사람이 됐다.’ ‘똑똑하다’ ‘잘할 것으로 믿는다. 이런 정도로 호감 이유가 정리된다. 그렇지만 그 이유가 합당하다고 여기기에는 무언가 부족하게 느껴진다. 아마 또 다른 아이스버그 같은 숨은 요인이 작용하고 있을 것 같다. 안철수 신당 입당설이 내연하고 있을 것 같다. 11월 초부터 불거져나온 이용섭 의원의 신당 전향설은 끈질기게 나돌았다.

더욱이 지난 11월 11일 있었던 이 의원 출판기념식에 안철수 의원이 참석해 축사함으로써 설이 증폭됐다. 안 의원의 참석이 간접 증거로 인식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이 의원의 해명은 맥을 추기지 못했다. 민주당 정책위 의장을 지냈을 뿐만 아니라 당 대표 경선까지 나섰던 당내의 위상을 고려하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본인이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이 의원은 한 통신사와 통화에서 “안철수 신당 광주시장 후보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민주당 대표를 나왔던 사람으로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일시적으로 좋은 일이 있을 수 있지만, 영원히 사는 길은 아니”라며 말했다.

이어 “내 이익을 위해 정도와 원칙을 버리고 곁눈질하고 곁불이나 쬐는 그런 삶을 살지 않았다”며 “(안철수 신당 광주시장 후보는) 내 삶의 궤적과 맞지도 않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이 호남에서 경쟁하는 것이 광주를 위해 바람직하다”라며 “경쟁을 통해 훌륭한 후보가 뽑히고 민주당 독점구도가 무너지면 영남에서 새누리당 독점도 무너지고 그렇게 되면 고질적인 지역 정치 폐해도 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용섭 후보에 대한 호감 유발 요인은 ‘석패’에 따른 위로 심리가 아닐까 싶다. 2010년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과정에서 근소한 표차로 패했다. 대의원 투표에서 60표 정도 뒤져 광주시장 대권을 놓치고 말았다. 그 당시 부정 선거 논란이 일었다. 당원 명부가 사전에 유출되고 여론조사도 정의롭지 못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민주당이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기에 이르렀다.

광주시장후보가 바뀌는 분위기로 악화하였다. 하지만 민주당이 수사 의뢰를 철회함으로써 가까스로 진정되었다. 그 후 이용섭 의원은 뒤 말없이 일상으로 돌아갔다. 상대편 후보의 선거운동원은 검찰의 소환을 피하다 수개월 후에 처벌됐다. 어떤 형태든 부정이 개입됐었다는 객관적 증거인 셈이다. 이런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택시기사들이 동정심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4년 전 아쉬운 상황을 뚜렷하게 재생시키게 하는 지역 정치 현실이 이용섭 의원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4년 전 이용섭 의원과 맞붙었던 강운태 현 시장은 이미 재도전의 의사를 밝혔다.
이용섭 의원의 도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따라서 강 시장과 이 의원의 리턴 매치는 피해갈 수 없다. 여기에 안철수 신당 후보가 끼어들게 되어있어 흥미를 돋운. 만약 이 의원과 강 시장이 민주당 경선을 벌인다면 그중 승리자와 안철수 신당 후보와의 양강 구도가 형성된다.

그런데 이 의원이 안철수 신당으로 옮긴다는 설이 나돌아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결과에서 이용섭 의원의 경쟁력이 확인됐다. 안철수 신당 후보설이 나돌고 있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의 가상대결에서도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이다. 올여름 모 주간지 여론조사 결과 장 교수는 다른 차점자보다 26%포인트 정도 앞섰다. 이와 비교하면 이용섭 의원의 본선 경쟁력은 매우 희망적이다. 안철수 당이 호남에 후보를 내기로 한 이상 민주당 후보자 선정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조선 TV 개국 2주년 여론조사에서 호남 광역 단체장 교체 희망 여론이 71%로 나타나 후보 선정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당 지지도는 새누리당 40.2%, 안철수 신당 32.2%, 민주당 13.6%였다. 안철수 신당 지지세는 호남과 20-30대에서 강렬하다. 안철수 신당은 전남지사, 광주시장, 전북지사 자리를 획득하겠다는 각오로 뛰고 있다.

현재 상황은 민주당에 비관적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전남지사의 경우 이석형 전 함평 군수가 안철수 당으로 출마하면 민주당 이낙연 후보를 앞서고 주승용 후보와는 극소수의 오차범위로 초접전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장 후보군에서도 장하성 교수는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고 윤장현 씨도 현역을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안철수 신당을 이길 민주당 후보가 누구인가? 민주당에 주어진 절체절명의 과제다. 객관적 자료로만 추리한다면 이용섭 의원이 유일무이한 대안이라는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시인(호 河林) / rhgil5@naver.com·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