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버뉴스) 박상술 기자 =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학 진학을 꿈꾼다.

63세에 늦깍이로 중학교 과정을 시작한 만학의 꿈이 결실을 앞두고 있다.

천형처럼 견뎌야 했던 어린시절의 가난, 못배운 한을 딛고 일어선 까닭에 자못 감회가 새롭다. ‘어른들이 공부’하는 목포제일정보고등학교 전명수(66·사진) 학생은 요즘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순탄치만은 않았으나 자수성가에 이어 20여년간 계속해온 불우이웃 돕기, 만학도의 열정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함평군 학교면이 고향인 전명수씨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한량인 아버지 밑에서, 광주리 과일 장사로 4남1녀를 먹여야 하는 어머니의 ‘고생 광주리’에 늘 가슴이 짓눌려 있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어려운 살림에 입 하나 던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서울로 갔다. 14살 나이로 파출소 급사를 하며 밤에는 비인가학교지만 야간학교에서 공부하는 기쁨도 있었다. 젊을때 안해본 일이 없었다.

남대문시장 육가공 위탁판매 가게에서 짐을 나르고 잔심부름 하기, 가게 인수 뒤 직접 운영하다 부도, 귀향 후 영업용 택시 운전 등등.

그러다 나주축산물공판장 식육중매업자가 되어 재기를 꿈꿨으나 또다시 부도를 맞고 좌절의 고통 속에 보길도를 찾았다. 출렁출렁 푸른 물결을 보며 죽든지 살든지 돌아오지 않을 생각으로 찾은 그곳에서 내린 결론은 ‘죽을 각오로 살자’였다.

그 때부터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시작했다. 생활이 어려운 소년 소녀가장 두 명에게 월 10만원씩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지원했으며, 목포에 있는 고아원, 아동원에 두 달에 한 번 씩 소고기 200~300근, 돼지고기 한 두 마리, 김장김치용 배추 2000폭씩을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그렇게 많은 고기를 지원하자니 열심히 일해야만 했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살만하고 유네스코목포회장이라는 직함의 명예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무시당하는 것 같은 열등감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때 알게 된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 63세 되던해 그리던 중학교에 입학했다.

가슴은 두근거리고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한문, 컴퓨터, 음악, 미술, 체육 등을 차근차근 공부하다보니 어느새 중학교를 졸업했고, 다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내년엔 초당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해 공부를 계속할 생각이다. 67세 대학 새내기 71세 졸업.
전명수씨는 생각만해도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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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술 기자  evernews@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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