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들은 이구동성으로 삼성전자의 어닝쇼크와 현대기아차의 영업이익 하락이 대단히 위험한 신호라고 떠들고 있다. 이들의 영업이익이 전체 기업의 35%를 차지하고 있으니 호들갑들을 떨 이유는 충분하다. 방송들은 영업이익 하락의 원인을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을 거론하며, 이 두 개의 기업에 집중된 영업이익을 중견 및 중소기업으로 이전하는 것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기적 현상만 보면 이들의 주장은 옳다. 환율의 하락은 수출기업에 불리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두 재벌의 영업이익 비중을 분산시키는 것이 시대의 과제라는 주장도 옳다. 문제는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 제시가 몇십 년째 변하지 않는 것들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은 굳어져 외과적 수술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는데 있다. 이런 면에서 JTBC 뉴스9가 굳어진 대한민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적을 감춘 경제민주화 논의를 되살리기 위해 뉴스의 첫 꼭지로 배정한 것은 눈물겨울 정도로 적확했다.

삼성그룹이 대규모 구조조정과 체제변화를 시작했고, 환율관리팀이 있어 환차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도 사업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방송은 이를 빌미로 경제에서 기업이 거시적 관점을 유지할 수 없는 현실은 무시한 채, 단기적 현상에 불과한 환율손실을 핑계로 박 대통령의 줄푸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문제는 손석희의 뉴스 9과는 달리 나머지 방송은 이 문제에 대해서 침묵한다는 점이다. 전 세계 제조업의 중심이 중국과 일복, 대한민국으로 몰려있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기업의 영업이익 축소는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환율 문제는 전체 고용의 87%를 담당하는 중견·중소기업의 문제지 대기업의 문제는 아니다.

대형유통업체들과 외국계 기업의 지사와 딜러들이 무차별 수입확대와 판매가 인하를 통해 내수시장을 잠식하는 것까지 더해져 제조업 중심의 대한민국경제는 이중·삼중의 고통으로 중첩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방송들은 다시 파이를 키우자는 성장지상주의 시대의 모토를 외치는 박근혜 정부에 유리한 형태의 보도만 내보내고 있다. 내수시장 확대는 양날의 칼이라 환율 변동과 상관없이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한민국경제의 체질 개선에 관계된 일이라 방송들의 보도행태는 본질을 벗어난 정권 띠워 주기와 떡고물 바라는 자사이기주의다.

방송 3사와 3개의 종편은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있거나 공약을 파기해야 하는 경우에 언제나 외국으로 세일즈외교를 나가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방문에 초점을 맞춰 세일즈외교만 강조했다. 그것도 현시대를 역행하는 경제성장과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어 ‘줄푸세’의 고집을 신자유주의의 대체물인양 보도해준다. 당연히 이때에 맞춰 KBS 수신료 인상을 요구하는 소리가 커지고, 이는 지방선거에서의 전폭적 후원을 우회적으로 제안한다. SBS와 MBC는 중간광고 허용과 광고총량제 같은 자사이기주의를 내세워 권력의 시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한민국경제를 망치는 최고의 요인은 정부의 정책 방향의 실패와 방송의 무비판적 확대재생산에 있다.

이런 면에서 어제 JTBC 뉴스9의 헤드라인 뉴스로 경제민주화의 불씨를 살리는 것으로 잡은 것은, 대한민국경제의 미래에 대한 절박함의 표현이자, 방송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새삼 깨우쳐주는 본보기였다. 손석희의 뉴스9는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에 대한 감시자 역할이 방송의 의무임을 환기했다는 점에서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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