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주 '나눔의 집' 새 요양시설로 입주

(광주=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이 7일 아침 일찍부터 이사로 부산했다.
기존의 할머니 숙소인 생활관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로 지은 2층짜리 전문 요양시설로 할머니들이 입주하는 날이다.
이사를 시작하기 1시간 전인 오전 9시께 새 요양시설 옆 임시숙소에서 보라색 벨벳 드레스을 입고 빨강색 벙거지 모자를 쓴 이옥선(81) 할머니는 손에 예수님 그림 액자를 들고 새 숙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이삿짐을 나르기로 예정돼 있긴 하지만 새 집에 얼른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곱게 차려입으셨다'는 자원봉사자들의 말에 "하하! 매일 이렇게 입지 뭐.."라면서 멋쩍은 미소를 지은 이옥선 할머니는 "새집을 지어 들어가니까 하늘만큼, 땅만큼 기분이 좋다"며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
이어 박옥선(85) 할머니도 그동안 자신의 방에 걸려 있던 동그란 벽시계와 빨간색 인조 장미가 심어져 있는 작은 화분을 새 숙소에 가져다 놓았다.
'나눔의 집' 직원들이 "괜히 이삿짐 나르다 넘어지면 큰 일이 나니 제발 방에서 편하게 기다리시라"고 하소연해도 새 집을 향한 할머니들의 발걸음을 돌려 놓지 못했다.
새 요양시설 건립공사를 하던 지난 6개월동안 할머니들이 생활하던 임시 숙소에서는 할머니들이 각자의 짐을 정리하고 싸느라 분주했다.
허리가 좋지 않아 압박붕대를 감고 사는 김군자(82) 할머니는 침대에 걸터앉아 4년 전 한 기업체가 웨딩드레스를 입혀 예쁘게 찍어 준 자신의 사진을 구겨지지 않게 정성껏 종이에 싸서 챙겼다.
강일출(81) 할머니도 책상 같은 큰 물건은 그대로 둔 채 개인 소지품을 담은 플라스틱 통을 양손에 들고 나왔다.
할머니들이 방 정리를 끝내자 자원봉사자들이 커다란 상자에 짐을 담아 거실 한쪽에 몰아 놓고 옷장이나 책상 등 큰 물건부터 새 숙소로 옮기기 시작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몇번씩 들락날락하고 나니 새 숙소의 할머니들 방에는 옷장, 책상, 텔레비전, 이불, 책 등이 금세 채워졌다.
자원봉사자 중에는 혼다자동차 회사에 취직하고 나서 지난 4월부터 '나눔의 집'에서 숙식하며 '봉사인턴'을 한다는 이시즈카 카요코(22.여) 씨, 이삿짐을 나르려고 서울 집에서 일부러 내려왔다는 오무라 케이(32.여) 씨, 일본에서 건너온 두 전직 여성 교사 등 일본인 자원봉사자 4명이 눈에 띄었다.
서울 숭인초등학교 32회 졸업생 윤범상(50)씨와 그의 동창 8명도 서울에서 내려와 할머니 이삿짐을 나르는데 한몫을 톡톡히 했고, 오랫동안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해 온 안병훈(28.회사원) 씨 등 한국인 봉사자들은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했다.
'나눔의 집'은 8일 정오까지 이틀간 할머니 아홉명의 이사를 모두 마치고 나서 자원봉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입주식을 할 예정이다.
'나눔의 집'은 후원자의 성금과 국.도비 등 5억5천만원을 투입, 기존의 할머니 숙소인 생활관을 헐고 그 자리에 연면적 396㎡에 물리치료실과 안락한 숙소를 갖춘 전문요양시설을 지난달 31일 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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