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무엇이 문제인가?

엄청난 재난 앞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오직 TV를 통해 구조상황을 지켜보면서 한시 바삐 구조되기를 기원할 뿐이었다. 물론 선원들의 행동이나 관계당국의 대응을 보면서 분통 터진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생존자 구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면 그 어떤 것도 할 일이 아니었다.

이제 조난된 지 열흘째를 맞고 있다. 기적적인 생환이 없으란 법은 없지만 여러 정황으로 보아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왜 이런 엄청난 재난을 맞게 되었을까?

원인과 책임을 따지기 전에 우선 안타깝고 원통한 것은 설사 침몰사고가 났더라도 대처만 잘했더라면 거의 모든 사람을 살릴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일이다. 선장을 포함한 선원들이 선원의 임무는 고사하고 상식 수준의 대처만 했더라도 어린 생명들을 수장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니 말이다.

어떤 사고든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사고가 일어났을 때 잘 대처하는 것이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세월호 사고에서는 대처가 빵점이었다. 사고의 원인도 어처구니가 없지만 대처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데 원인과 책임 그리고 대책 등과 관련해서는 많은 지적이 있었고, 그 대부분은 맞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그것을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그나마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만 지적해두고자 한다.

우선 이 사건은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불법과 비리, 악습과 병리현상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세월호와 관련되는 모든 기관과 개인은 더 이상 잘못을 범하래야 범할 수 없을 만큼 골고루 그리고 철저히 잘못을 범하고 있어, 무슨 섭리가 작용한 것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정상적으로 작동한 곳이 한곳도 없으니 말이다. 심지어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수사하는 검찰마저 무능하기 짝이 없으니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그래서 책임과 관련하여 정부나 기업경영자 내지 선원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그야말로 사회구조적인 문제로서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많은 대책이 강구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에서 정부가 최소한의 조치마저 강구하지 못한 것이 부인되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정부에 모든 책임이 있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다. 따지고 보면 청해진해운과 그 직원들 및 관제센터 등을 감시 감독하는 책임이 정부에 있기 때문에 그 최종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과거 정부의 책임도 크지만 현 정부의 책임이 더 큰 것 또한 분명하다. 과거 정부에 아무리 많은 책임이 있더라도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현 정부가 들어선 터에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현 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무엇보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방식과 이번 사고에 대한 대처가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책임은 아무리 강조되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런 엄청난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은 오직 정부에만 있기 때문에도 정부의 책임은 더없이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이번 재난과 관련하여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가?

우선 이번 재난과 관련하여 구조다운 구조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이것은 현 정부가 최소한의 조치마저 강구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보도에 의하면 연일 선박 150여 척, 비행기 30여 대, 잠수부 500여 명에다 첨단장비까지 동원해서 최선의 구조활동을 전개하는 것처럼 말해왔으나, 사실은 구조활동다운 구조활동을 전개한 것 같지가 않았다. 실종자 가족과 국민을 기만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우선 사고 직후에는 물론 그나마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동안 본격적인 구조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했으니 말이다. 침몰한 세월호 주위에 선박도 비행기도 근접해 있지 않았고, 잠수부조차 어쩌다 한명씩 구조활동을 전개했을 뿐 대대적인 구조활동을 전개한 것 같지가 않았다. 500여 명의 잠수부를 동원했다고 하나 실제로 구조활동에 투입된 잠수부는 하루에 30여 명이었다고 하니, 500여 명 운운한 것은 국민을 기만한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상식적으로 판단하더라도 구조활동을 제대로 전개하려 했다면 사고 직후 구조활동에 필요한 가용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무엇보다 세월호 주위에 대형 바지선이나 군함이라도 대기시키고 거기서 구조활동을 전개했어야 한다. 사고 발생 후 약 5일 동안 세월호 주위에는 부표 두 개만 떠 있을 뿐 큰 배 한척 없었는데, 이런 상태에서 무슨 구조활동을 제대로 전개할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사고 발생 후 5,6일이 지나 생존자가 있기 어렵게 된 연후에 대형 바지선을 정박시키거나 첨단장비를 동원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는데, 실종자 가족들에게 더 큰 아픔을 안겨주는 일일 뿐이었다. 한마디로 구조의 의지조차 있었는지 의심스러웠으니 어찌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는 점이다.

초기에 안전행정부장관을 중앙재난대책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구성하는 듯하다가 사고의 성격상 해양수산부장관이 대책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이유로 이주영 해양수산부장관이 대책위원장을 맡았고, 그 후 일각에서는 사안의 성격상 국무총리가 대책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다가 흐지부지되고, 결국 해양수산부장관이 대책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대책위원장만 있고 대책위원은 없는, 그래서 대책본부라고 할 수가 없는 유명무실한 대책본부만 있은 것이 아닌가 싶다. 대책본부를 구성하려면 이 방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관련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대책본부를 구성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한 흔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책위원의 명단을 발표하거나 대책회의를 소집했다는 말이 없었던 데다 종합적인 구조대책이 발표된 일이 없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주먹구구식으로 구조활동을 전개한 것 같다. 짐작컨대 해양수산부장관이 해양경찰청장의 도움을 받아 그때그때 담당공무원을 불러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것이 전부가 아닐까 싶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구조다운 구조가 이루어질 수가 있겠는가?

요컨대 이번 세월호 사고와 관련하여 대책본부조차 구성함이 없이 임시방편으로 몇몇 사람이 우왕좌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대한민국에 정부다운 정부가 없음을 의미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것은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무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사고 대책과 관련하여 ‘대한민국에 정부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사고와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이 얼마나 무능하게 대처했는지를 밝힘으로써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도 관계기관의 보고나 언론보도를 통해 구조다운 구조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을 텐데도 구조다운 구조가 이루어지도록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니,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앞에서 지적했듯이 대책본부가 구성되지 않은 것 같고, 설사 구성되었다 하더라도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는데,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파악하고 대책본부다운 대책본부가 구성되도록 지시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으니 이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을 말해준다.

그런데 이와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이나 이주영 장관만 무능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청와대의 고위공직자나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의 고위 간부 가운데라도 이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이주영 장관에게 건의한 사람이 있었어야 했는데, 그런 사람조차 없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 나라 고위공직자들이 얼마나 무능하고 무책임한지를 알 수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보는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가 너무나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당 분야의 일을 제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그 분야의 책임자로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시를 제일 잘 따를 사람이거나 자기와 친분 관계가 두터운 사람을 그 분야의 책임자로 임명해 왔는데, 이런 인사로는 이런 재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또 이런 인사를 하다 보니,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나 각료회의가 국정을 논의하는 ‘국무회의’가 아니라 지시사항을 하달하는 ‘받아쓰기 모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안이든 해당 분야의 책임자에게 그 일의 처리를 맡기지 못하고 자신이 직접 다 처리하다보니 오늘과 같이 해당 분야의 책임자들이 다 무능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사고에서도 그나마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선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대책위원장을 맡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는 어떤 일도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과 독주가 도를 넘은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을 의미한다. 이런 정부에서 어떻게 대책다운 대책이 이루어지고, 나아가 창조경제가 이루어지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맹성이 있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 재난과 관련하여 자신이 국정운영을 잘 하지 못해 이런 재난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이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보아 스스로 책임을 통감할 뿐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그 원인과 책임을 과거 정부나 관행 탓으로 돌린다면, 이것은 무책임 내지 무능의 극치가 될 것이다. 한마디로 ‘남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내 탓’으로 돌려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앞으로 이런 재난을 맞지 않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지지도 잃지 않을 수 있겠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구조중이라 구조에 최선을 다할 뿐 책임을 논할 단계가 아니어서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비난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앞으로 2,3일 안에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을 해야 할 것이다.

어린 생명들이 희생되었다. 불가항력에 의해 희생된 것이 아니라 상식 수준의 구조만 있었더라도 빠짐없이 구조될 수 있었는데도 그것이 없어 희생되었으니, 여기서 무슨 교훈을 얻으려 하는 것조차 너무나 염치없는 일이다. 그러나 앞으로 또다시 이런 희생을 겪지 않으려면 이 어린 생명의 희생에서라도 교훈을 얻지 않을 수 없다. 부디 원인과 책임을 잘 가려서 대책을 잘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우리 모두 책임을 통감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