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춘화 / 중국

내 고향 중국을 떠나 한국에 온지 8년이 흘렀다. 그동안 예쁜 두 딸이 태어나고 가족이 화목해서 나는 불행하지 않았다. 행복하지도 않았다. 산후통증으로 아프고, 외롭고, 우울했다. 육아를 도와주지 않는 남편이 미웠다. 친척들이 별로 없는 딸들이 불쌍했다. 미워하는 마음이 커지고 세상이 싫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부모교육을 듣게 되었다. “남편을 미워하면 힘든 사람은 자신이다. 남편을 고치려 하지 말고 내가 먼저 고쳐라. 용서해야 감사해야 내가 행복해지고 가족이 행복해진다.” 그때 나는 자신을 한 번 돌아보았다.

그리고 어느 날, 놀이터에서 아이를 지켜보다가 방범창 사이로 우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딸의 어린이 집 친구 원이를 보았다. 딸에게 친구를 찾아 주려고 나와서 놀자고 했는데 아이는 슬프게 고개를 흔들었다. 만두를 들고 조심스레 원이네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다섯 살 원이는 혼자였다.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일을 가셔서 일요일에 늘 혼자였다. “아토피가 있어서 못 먹어요. 그래도 감사합니다.”하는데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순간, 나는 내 아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남편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각 단체의 후원금으로 이루어진 다문화 활동에 참여하면서 감사했다. 맑은 날도 감사하고 비가와도 감사했다.

그리고 내 마음에 감사를 나누고 싶어졌다. 모국어인 중국어 무료수업을 시작하고 원이랑 중국어를 좋아하는 애들을 가르쳤다. 나는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고 감사받는 사람이 되었다. 한국에서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출처 - 나눔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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