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열린 광주시체육회 이사회(사진 좌는 박재현,우측은 피길연 신임처장>

염치없는 사람을 핀잔줄 때 쓰는 속담이 있다. 박완서의 소설 「나목」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무려 두 시간이나 기다렸단 말야. ‘고양이도 낯짝이 있다’고 좀 미안한 척이라도 해봐요. 이 빤빤한 아가씨야.”

'낯짝'이란 단어 앞에 붙이는 명사는 ‘얼굴이 두껍다’는 뜻으로 상징되는 ‘벼룩’ ‘족제비’ 등이 주로 쓰인다.

눈보라가 쌩쌩거리는 겨울 한복판에 무슨 ‘벼룩·족제비도 낯짝이 있지’라는 용어가 등장하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광주시 체육회 사무처장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행태를 보면 신·구 두 사람 모두 뒷말이 무성하다.

전임 2대 시장 때부터 따뜻한 자리를 차고있던 박재현 구 사무처장은 이번 재임용에서 좌절되자 기를 쓰고 나가기 싫다며 버티고 있는 모습이 그렇다.

절차상 하자에도 불구하고 윤장현 시장을 선거에서 도왔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새로 임명된 피길연 사무처장도 마찬가지다.

체육인이라고 해서 진퇴가 분명하고 깔끔할 줄 알았는데 두 사람 모두 엘리트 체육의 산실이요, 체육 전문가로서는 그리 적합하지 않은 듯 싶다.

광주시는 지난 10일 시 체육회 이사회를 열고 유재신 상임 부회장과 피길연 사무처장 임명에 대한 안건을 상정해 가결시켰다. 그러자 임기를 2년 남겨놓은 박 처장은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자신에 대한 사표 수리를 하지 않은 채 새로운 사무처장으로 피 모씨를 임명한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법적 소송을 제기하면 사무처장이 두 명이 되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광주시 체육행정의 난맥상을 지적했고, 못 나가겠다고 버티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기실 박 구 처장이 임명된 것은 박광태 전 시장 시절이다. 체육회 비리 문제가 터졌을 때 박 처장은 다른 사람의 총대를 메고 구속되기에 이른다.

이에 대한 반대급부 차원에서 자리를 꿰찬 박 처장은 강운태 전 시장 때도 그대로 자리에 눌러 앉았다. 당시 박 처장의 인맥으로는 살레시안 동문인 여야의 동문 정치인이 버티고 있었다.

그들이 박 처장의 재임용에 직접적인 간여를 했는지는 따져봐야겠지만 당시 김홍식 전 상임부회장은 강 전시장의 재임 2년 차에 임기가 끝나기에 효율성 차원에서 회장인 시장과 임기를 함께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박 처장도 이에 동의했다고 볼수있다.

그런 박 처장도 윤장현시장이 당선되자 고교선배이다 보니 여러 루트로 로비를 벌였다. 그 결과 자신이 사실상 재임용에 낙점된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그는 김 전 상임부회장이 자진사퇴하게되자 쥐꼬리만한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하다 제동이 걸린다.

자신의 자리를 느닷없이 상임부회장 방으로 옮기고 인사 전결권이 없으면서도 특정인을 인사조치 했다가 시 반발에 부딪혀 원대복귀 시킨다.

너무 설쳐대다 악수를 둔 셈이다.

그렇다고 김 전 부회장이 업무추진비 외에 판공비 500만원을 매월 현금으로 지급받아 영수증 없이 막무가내로 쓴 사실이 시 감사결과에서 드러났는데도 이에대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체육회 내부를 장악할 만한 카리스마도 없다는 게 체육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박 처장은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뜨면 되는 상황에서 재임용이 부결되자 낙담했을 게다. 자신을 반성하기 보다는 행정소송을 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그리 바람직한 태도는 아닐 성 싶다.

왜냐면 체육회 이사회가 열리기 하루 전날 박 처장이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을 경우 자동 면직된다는 관행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처장은 법적 소송 운운하기 보다는 자신만이 오랫동안 해먹겠다는 기득권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체육인답게 깔끔하게 물러나는 게 지역체육인들의 바람이다.

박 처장의 이런 반발로 윤 시장의 인사스타일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윤 시장이 이사회 내부 규정을 잘 모를 리 없겠지만 설사 몰랐다고 하더라도 시 담당 국장이 이를 깔끔하게 정리했어야 했는데 이를 간과한 책임이 있다.

이리 미루고 저리 미루고 몇 달째 공백을 둔 상태에서 치러진 이사회가 이 모양, 이 꼴로 끝났으니 이를 바라본 체육인들로서는 답답한 심정 뿐이다.

당시 체육회 이사에서도 여느 때와는 달리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상임부회장이 약사출신으로 체육행정을 제대로 모른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 해줄 사무처장만큼은 체육전문가로 임명해야지, 자기사람으로 임명한 것은 절차상 하자를 떠나 뭔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피 처장에 대한 임명은 체육행정의 후진성 인사를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말들이 많다. 피 처장은 일단 전문 체육인이 아니다.

안철수 계로 윤 시장과 정치행보를 같이한 사람이다. 새정치연합 광주시당 공동사무처장 등으로 활약해 정치권에 가까운 인사다.

박 전 시장 시절에는 선거 때만 되면 모든 후보자의 구애의 표밭인 시 생활체육회 사무처장으로 있다가 강 전 시장 때 물러났다.

피 처장도 임기를 남겨두고 박 처장 처럼 물려났는데 이번에는 자신이 밀어내기를 시도한 정 반대의 입장에 서있다.

더욱이 피 처장은 광주시 산하기관인 도시공사 경영본부장 공모에 참여했다가 탈락했다.

윤 시장 건물의 약국 임대 문제와 동구 그린벨트지역 땅 매입문제를 보도한 언론사를 명예훼손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조율하는데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방권력으로 지칭되는 비서실에서 밀었다는 후문도 있다.

이번 시 체육회 임원 인사는 또 한번의 바람직하지 못한 인사로 기록되고 있다.

떠밀려 나가지 않으려는 자, 밀고 들어오는 자 모두 체육계 사무처장 감으로는 모두 마땅치 않은 터여서 시 체육회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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