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헌법재판소(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한 진보진영의 비난은 박근혜정권과 보수세력에 타격을 가하기보다 진보세력의 이미지를 더 나쁘게 함으로써 진보진영의 앞날을 더욱더 어둡게 하고 있으니, 이들이 과연 제정신인가 싶다. 하기야 이 사람들은 진보정당의 건설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니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통진당 해산을 비난하는 진보진영의 논리는 대략 이렇다. ‘정당의 운명은 국민의 선택에 맡겨야 하는데, 정부나 헌재의 결정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가령 새누리당이나 새정치민주연합이 지역주의 정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해서 그 정당들을 헌법재판소가 해산을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통합진보당은 다르다. 통진당은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북한의 사상과 이념, 정권, 지도자를 추종하는 세력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통진당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통진당을 지지 옹호하는 사람들도 인정하는 바이고, 통진당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런 정당을 대한민국이 용납한다면 대한민국은 국가도 아니다.

더욱이 통진당은 남한과 북한이 전쟁을 하게 되면 북한 편에 서서 남한을 공격하겠다는 정당이다. 이것 또한 통진당을 반대하는 사람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공공연히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런 정당을 어떻게 그대로 둘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통진당은 종북세력이고, 남한과 북한이 전쟁을 하게 되면 북한 편에 서서 남한을 공격하겠다는 정당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서, 왜 그런지를 밝혀두고자 한다.

통진당이 ‘종북세력’이라는 것은 너무나 공공연한 사실이라서 여기서 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다만 남한과 북한이 전쟁을 하게 되면 북한 편에 서서 남한을 공격하겠다고 한 것만을 밝혀두고자 한다. 사실 이 점을 밝히면 통진당이 종북세력이라는 것은 저절로 밝혀지는 것이다.

통진당을 주도한 이석기 전의원은 2013년 5월 문제가 된 ‘RO모임’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쟁이 임박했다.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 시작된 전쟁은 끝장을 내야 한다.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하자. 구체적으로 하면 물질, 기술적 준비체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이게 현 정세에 우리가 저들과 싸워서 이기는 길이다. 그간의 갈고 닦은 그야말로 수많은 곡절을 딛고 우리가 동지부대를 이루고, 그야말로 미국 놈들 하고 붙는 민족사의 대결전기에서 우리 동지부대가 선방에서 선두에서 저놈들의 모략책동을 분쇄하고 통일혁명의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면서 선두의 역할을 한다면 이 또한 명예가 아닌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한 것이 사실일까 하는 점과 이석기 전의원의 이 말이 통진당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또 문제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사실이고, 또 통진당 전체의 입장인 바, 그 이유는 이렇다.

이석기 씨가 이런 말을 한 것이 언론에 보도되었을 때 이석기 씨 본인은 물론이고 통진당의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다. 엄청나게 반국가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보도되었는데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 자신이 이를 시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부인하더라도 그런 발언을 한 것으로 인식할 만한 정황인 터에 당사자들이 부인하지 않으니 이것은 사실로 믿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그러했기 때문에 통진당과 이석기 씨 등을 옹호하는 사람들조차 이석기 씨가 그런 발언을 하지 않았는데도 공안기관이 그런 말을 한 것처럼 조작했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정신병자의 말’이라든가 ‘시대착오적인 말’이라고 비난하면서 ‘이석기 씨 등의 행위가 잘못이긴 하지만 내란음모로 몰아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정신병자의 말’이니 ‘시대착오적인 말’이라고 한 것은 이석기 씨가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이 있은 후 헌재의 이 결정을 비난하는 진보진영 인사들의 절대다수가 통진당의 실체에 대한 옹호는 없이 오직 절차 문제 곧 ‘정당의 해산은 국민의 선택에 맡겨야 할 뿐,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이것도 통합진보당의 종북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때 통합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을 함께 했던 노회찬 전의원의 경우 통진당 해산 결정과 관련하여 ‘적어도 이석기 회합(RO모임)에 대해선 당 차원의 분명한 비판이 있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는데, 이 지적을 보더라도 이석기 씨의 위 발언에 대해 통진당이 당 차원에서 부인한 일은 없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통진당은 북한의 사상과 이념, 정권, 지도자를 추종하는 ‘종북세력’이고, ‘남북한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면 북한 편에 서서 남한을 공격하겠다’고 호언하는 정당인데, 이런 정당을 정당으로 인정해서 존속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처럼 ‘종북정당’인 통합진보당은 국법에 따라 해산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소위 진보세력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통진당에 대한 해산 결정을 비난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어떻게 진보세력을 지지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이들은 박근혜정권이나 보수세력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세력을 죽이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통진당 해산 결정을 비난하는 사람들과 관련하여 다음 3가지를 지적해두고자 한다.

첫째, 통진당 해산 결정을 비난하는 대부분의 진보진영 인사들은 기회주의자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그동안 통진당이 ‘종북성’으로 말미암아 발전하지 못하는 것을 빤히 보고 있었으면서도 통진당 세력으로부터 비난받을까 싶어 가만히 있었던 사람들이니, 비겁하기 짝이 없는 기회주의자가 아닐 수 없다.
한 예로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의 경우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탄압이 아닌 내부갈등 때문에 의석을 확대하기는커녕 거의 자폭의 양상으로 무너지게 된’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통합진보당 지도부의 노선과 행태에 크게 실망을 했다’고 하면서, ‘가만히 내버려 두더라도 유권자의 심판을 받아 사라질 가능성이 큰 통합진보당’을 강제 해산한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그는 ‘통합진보당을 관찰만 했을 뿐 통합진보당에 참여하거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것은 ‘행동이 따르지 못함’을 의식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부의 정파다툼에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니까 그는 진보정당이라는 통진당이 많은 과오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 사라질 가능성이 큰데도 비판 한마디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통진당에 대한 해산 결정이 있자 이를 비난하고 있으니, 이런 사람들이 진보정당의 건설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리고 스스로 말했듯이 ‘유권자의 심판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큰 정당을 옹호하고 있으니, 이런 것으로 어떻게 진보세력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평소 진보정당에 대해 오불관언하고 있다가 박근혜정권이 통진당을 해산하자 이를 빌미로 박근혜정권을 비난하기 위해서 통진당을 옹호하고 있으니, 이런 자세로는 진보정당의 발전에 기여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의 행태는 기회주의일 뿐이다.

그리고 이런 행태가 어찌 김동춘 교수만의 일이겠는가? 지금 통진당 해산 결정을 비난하는 절대다수의 진보지식인(?)들이 평소 진보정당 건설을 위해 아무런 역할도 기여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진보정당의 건설이 절대적으로 요청되고 있고, 그리고 진보정당은 진보적인 지식인들의 참여가 있어야 건설될 수 있는 것인데도, 진보정당 건설을 위해 아무런 역할도 기여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통진당 해산과 관련해서는 마치 진보를 위해서 생명까지도 바칠 듯이 설쳐대는데, 이런 자세로는 진보정당의 건설에 도움이 될 수가 없다.

둘째, 통진당의 대표였던 이정희 씨가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해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 강조해서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통진당의 종북성을 말해준다는 점이다.

이정희 씨의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상투적인 비난이겠거니 생각되었으나, 반복해서 그 말을 하는 것을 들으니 통진당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왜냐하면 통진당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인민민주주의 곧 1인독재가 민주주의일 뿐 남한의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일 수가 없을 것이니 말이다.

셋째, 진보정당이 사는 길을 진보진영 내지 진보언론에서 제시해야 할 텐데, 그것을 반진보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 조선일보에서 제시하고 있으니, 이러고서야 진보정당이 살아날 가능성은 너무 희박해 보여 걱정이라는 점이다.

조선일보는 과연 진보가 사는 길을 제시하고 싶어서 제시할까? 그렇지가 않을 것이다. ‘진보가 사는 길’을 제시하는 것을 통해 진보의 무능과 무책임을 통쾌하게 지적함으로써 진보가 살아날 수 없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으니 말이다. 진보정당이 종북정당으로 규정되어 해산되는 상황을 맞고서도 진보가 사는 길을 진보진영 스스로 모색할 수 없게 되었으니, 이러고서야 어떻게 진보가 살아날 수 있겠는가 싶다.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을 비난하는 것이 진보진영의 대세이고 보면 진보의 장래는 암담하기만 한 것 같다.

그러나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가까워오는 법! 사이비 진보가 완전히 썩어 없어지면 참된 진보가 나오기가 한결 쉬울 테니까 말이다. 다만 새 것이 나오지 않으면 헌 것이 없어지지 않음을 알고서,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해내야 할 것이다.

►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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