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모 전 FC단장

다소 생소하지만 어느덧 우리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고, 며칠 전 의정부 도시생활형 아파트 화재 때도 그랬다. 사고나 사건이 터졌을 때 초기에 대처하는 금쪽같은 시간을 지칭하는 ‘골든타임’이 바로 그거다.

수백 명의 고귀한 생명을 차디찬 진도 앞바다에 묻어버린 세월호 참사에서 보듯, 급박한 순간에 타이밍을 놓치면 엄청난 화를 불러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단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번 대통령 신년회견에서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강조한 것은 어찌 보면 먹고 살기에 힘든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그냥 넘길 수 없었을 게다.

광주라고 예외일 수 가 없다. 민선 6기 윤장현 시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광주시민들은 ‘이게 행정인가’라는 의문부호를 던졌다. 그도 그럴 것이 윤 시장이 인수위 시절부터 몇몇 시민사회단체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바람직하지 않는 밑그림을 그리다 보니 첫 단추를 잘못 꿰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도시철도 2호선, 광주역 KTX 진입, 세월오월 전시유보, 갬코 소송중단 같은 주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자신의 리더십과 정체성이 발현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시 의회와의 마찰, 국정감사장에서 의원들로 부터의 ‘핀잔’, 산하기관 단체장 ‘자기사람 채우기’에 대한 비난여론...

따지고 보면 윤 시장에게 지난해 6개월은 고난과 시련의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무라인에서 코너에 몰린 윤 시장을 감싸주고 보좌해줄 사람도 딱히 없었다. 이번 인사에서 ‘채·병·언’라인을 교체하거나 할 예정이어서 다행스럽지만 결과적으로는 시장의 생명줄 이라는 인사에서 실패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다.

이를 의식한 듯 윤 시장은 “시운전을 하는 시기였다”며 지역 국회의원에게 얘기를 했다 한다. 한 국회의원은 “윤 시장이 시정을 잘해야 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을 해달라고 앞장섰던 자신들의 체면이 설 텐데”라며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래, 윤 시장의 말대로 지난해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올해는 시민들에게 보여줄 비전과 청사진, 그리고 공무원들에게 내릴 미션이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다른 광역단체장과는 달리 윤 시장에게는 시간이 없다.
이제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현재 윤 시장이 처한 상황과 입장을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더욱이 내년 총선을 치른 뒤에는 차기 시장에 출마할 후보군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시정의 발목을 잡는 행태들이 일어날 것이 예상된다.
현재 공무원들을 다잡지 못한 상태에서 급속한 레임덕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더욱 그렇다.

윤 시장에게는 올해가 자신의 철학과 의지대로 시정을 펼 수 있는 ‘골든타임’일 수 밖에 없다. 이 시기를 놓치면 윤 시장의 브랜드 가치인 ‘더불어 사는 광주’는 커녕 정치권의 흐름과 맞물리면서 분열과 혼란의 광주로 전락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윤 시장이 12일 간부회의를 통해 의제별로 업무의 속도감을 높혀 달라고 강도 높게 주문한 것은 예사롭지 않게 넘겨선 안될 성 싶다.
“회의 때마다 보고는 하는데 진전된 내용이 없다. 창의성도 없다. 재탕 삼탕식 보고다. 그렇다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며 그 사례로 중국 친해지기(차이나 프렌들리), 혁신도시 대책, 의회 대응,도시철도 2호선 종합대책 등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에 이어 4번째 이어진 것이다. 앞으로 신상필벌을 통한 인사가 강도 높게 시시때때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광주시 일부 공무원들의 ‘갑질’행태와 복지부동 자세는 다른 지자체 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게 시민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오죽했으면 광주에 중소기업을 하나 차리려고 해도 ‘그 놈의 갑질“ 땜에 망설여진다는 말이 설득력으로 다가올 정도다.

올해는 호남고속철도(KTX)가 개통되고, U대회가 광주에서 치러지고, 국립아시아 문화전당도 9월이면 문을 연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광주를 이끌어가는 핵심 주체인 공무원들이 행정의 수장인 윤 시장을 비아냥거린다거나 전라도 말로 소위 ‘간’을 보며 뒷짐 지고 놀고먹는 직원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한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시민의 공복으로서 광주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윤 시장과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제 윤 시장에게는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시민과의 소통도 좋고 시정 장악력도 필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광주시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미래 먹거리를 장만해야 한다. 그게 시민들에게는 더없이 행복하고도 넉넉한 선물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광주공동체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윤 시장이 장고 끝에 구상한 자동차 벨리, 미디어 문화 벨리, 에너지 벨리를 통한 3각 축을 견고하게 세워야 한다.

그리되면 광주는 수소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자동차의 메카가 된다. 문화전당과 남구 송암 단지에 미디어 문화벨리가 조성되면 문화로 아시아를 지배하고 먹거리도 자연적으로 따라오게 된다. 한전과 KPS 등과의 연계를 통해 에너지 벨리시대를 열 수 있다.

이제 광주 공동체를 3가지 벨리로 편집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 ‘하나’를 육성해 ‘한방’을 터트려야 한다. 윤 시장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면서 시민시장도 명품시장이 될 수 있음을 당당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 못할 것도 없지 않는가.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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