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

최근 들어 북한이 상당히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남한에 대해서도 비난을 자제하면서 대화제의를 하고 있지만, 특히 미국에 대해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워싱턴 불바다’ 류의 협박을 하다가 최근 들어 핵무기 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는 말까지 할 정도로 미국에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이 왜 이런 변화된 모습을 보일까? 그것은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대북제재와 압박이 통상적인 것이 아님을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정부는 그동안 이른바 ‘전략적 인내’라고 하여 북한에 대해 오불관언의 자세를 취해왔는데, 지난해 말 영화 ‘인터뷰’를 제작한 소니 픽처스사에 대한 해킹사건이 발생된 후부터 미국의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비록 소니 픽처스사에 대한 해킹이 북한의 소행이란 결정적인 증거가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소니 픽처스사에 대한 해킹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보고, ‘비례적 보복’을 가하겠다고 선언한 후 곧바로 북한의 정찰총국과 광업개발공사, 단군무역회사 등 3개 단체와 개인 10명을 제재대상으로 지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는 ‘1단계 조치’라고 말함으로써 앞으로 대북제재를 강화해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소니 픽처스사 해킹에 대한 보복은 계기일 뿐 미국이 대북제재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미국 의회에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결의안이 상정되어 있고, 특히 1월 13일에는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있은 청문회에서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미국은 북한이 불법무기와 도발, 인권탄압행위를 스스로 포기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우리는 양자와 다자를 아우르는 제재 확대를 통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미국 재무부 대니얼 글레이즈 테러 ․ 금융 담당 차관보도 ‘더 광범위한 금융제재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완전 배제하겠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결단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외교협의회의 리처드 하스 회장은 며칠 전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글을 통해 ‘북한의 위협을 끝내는 유일한 방안은 북한이 빨리 망하게 해서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요컨대 미국의 대북제재가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어째서 미국은 그동안 ‘전략적 인내’란 이름으로 방치해오다시피 하다가 대북제재에 적극 나서게 되었을까?

필자의 판단으로는 다음 두 가지 문제를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미국이 더 이상 북한 핵문제를 방치해 둘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이미 미국을 직접 위협할 정도로 소형화되었거나, 앞으로 1년 안에 소형화가 완성되리라는 전망이다. 미사일 또한 장거리화가 이미 완성된 상태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의 본토를 위협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이 공공연하게 공표될 경우 오바마 정부의 핵억제정책과 대북정책은 완전히 실패하게 된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북한을 그대로 둘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이런 판단과 이에 기초한 제재는 중국과의 조율 내지 합의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 핵무기의 소형화와 미사일의 장거리화로 북한의 핵무기가 실전 배치되는 것을 가장 싫어할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즉 중국이 다급하게 되었다. 다만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중국이 북한을 직접 제재하는 일에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으려 할 뿐이다. 그래서 어쩌면 미국을 내세워 북한을 제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별로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북제재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미국의 연이은 대북제재조치는 중국과의 협조 속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니 북한이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그래서 북한은 그 알량한 자존심마저 버리고 미국과 남한에 대화공세를 하고 있으며, 금기사항으로 돼있던 핵실험 중단 의사까지 표명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대화요구에 응하지 않고 단호하게 거부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 너무나 명백한 터에 공연히 그런 대화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앞으로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 이상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응하거나 대북제재를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미국의 이런 대북 대화 거부와 대북 제재에는 중국의 의사도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미국과 중국의 이런 대북제재는 어디로 귀결될 것인가? 그것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붕괴로 귀결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고, 그 과정에서 북한 문제의 처리 방침을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협상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 통일로 귀결될 수도 있고, 미국과 중국이 북한을 공동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이것이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어떤 정책을 강구해야 할 것인지를 밝히기 전에 한국 사회의 바보짓에 대해서 먼저 짚어두고자 한다.

우선, 한국 정부의 무지가 문제다. 북한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남한 중심의 통일임을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미국이 왜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서는지 그 이유와 그 결과를 모르고 있는 것이 문제다. 미국은 이미 북한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목표로 강력한 대북제재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유지에 도움을 주는 대화에 매달리는 모습을 취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점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미국의 입장이 한국 정부에 전달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 정부도 정신을 차릴 것이니 말이다.

다음으로, 언론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어리석기 짝이 없는 남북 대화 요구가 문제다.

지금 이른바 북한 문제 전문가라는 사람들 대부분이 ‘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나오려 하는데 왜 남한 정부가 미적대느냐’라든가, ‘남북한 사이에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때에 엉뚱하게 미국의 대북제재가 강화되어 남북 대화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데, 미국의 이런 조치 때문에 남북 대화가 지장을 받아서는 안된다’고들 떠들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이 왜 대화공세로 나오는지 그 이유를 모르고 있으며, 특히 미국이 대북제대를 하는 이유와 그 목표,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민족통일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모르고 있으니 말이다.

북한의 대화제의를 받아들여 대화에 응한다고 해서 그것이 오래 지속될 수도 없으며, 그것을 통해 북한 핵문제 등을 해결할 수 없음을 왜 모르느냐 말이다. 북한은 남한과의 대화와 교류를 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히 핵무기를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화 제의에 전략적 판단 없이 응하는 것은 북한의 정권 유지에 도움을 주는 것일 뿐 북한을 개혁 ․ 개방으로 유도하거나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길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요컨대, 북한 문제 곧 핵문제, 인권문제 등을 해결하는 길은 남북한의 통일 밖에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정책을 강구해야 할 것인가?

첫째, 북한의 대화 제의에 적극 응하되, 통일회담을 제안해야 한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남한은 북한의 대화제의를 적극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문제를 민족통일로 해결할 것을 제안해야 한다. 북한은 대남 협박, 대남 대화 공세를 하면서 통일하자는 말도 빼놓지 않고 있다. 남한 정부의 통일 드라이브에 밀릴까 봐, 그리고 북한 인민들이 남한과의 통일을 열렬히 바라고 있는 터에 북한 정권은 통일을 반대하거나 소극적으로 비쳐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에 따라 통일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다만 남한 정부의 통일 정책은 흡수통일(체제통일)이라며 이것을 배격한다고 하면서 북한이 주장해 온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고 있다. 어쨌든 통일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을 남한 정부는 받아들여 통일회담을 열 것을 제안해야 한다. 연방제 통일 방안도 논의하자고 해야 하고, 심지어 연방제 통일을 수용하기도 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남한 중심의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둘째, 대미 ․ 대중 통일 외교를 적극 전개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에 특사를 보내 지금 전개되고 있는 대북제재조치를 지지하면서, 그것이 남한 중심의 한반도통일로 귀결될 수 있도록 설득하고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셋째, 북한 핵 문제 해결 내지 한반도 통일을 위한 2 + 4회담 곧 남북한과 미, 중, 러, 일이 참여하는 회담, 또는 2 + 2회담 곧 남북한과 미, 중이 참여하는 회담을 제안하고, 여기서 한반도 통일문제가 적극 논의되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한반도 통일 문제가 남북한은 물론 미국, 중국 등에게 최대의 현안이 되게 해서 북한도 한반도통일회담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만약 북한이 참여하지 않으면 북한은 배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의 대북제재는 한반도통일을 위한 최대의 호재임을 인식해야 한다. 다만 또다시 우리 한민족의 의사에 반해서 강대국끼리의 흥정에 의해 한반도문제가 처리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바야흐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통찰하고, 이에 맞는 통일정책을 강구하고 통일운동을 전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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