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 자격이 없다


▲ 장기표 원장

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는 것을 보고서, 평생 검사로 살아온 사람이 과연 국무총리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싶었으나, 대통령이 임명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싶었다.

그런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드러난 여러 의혹도 문제지만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그의 자세로 보아 저런 사람은 정말이지 국무총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를 밝히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은 왜 또 저런 사람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려 할까’ 싶어 여간 안타깝지 않다. 국내외적으로 절체절명의 시기인 터에 국무총리를 제대로 임명해서 그동안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내고 국정운영의 활력을 회복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니 말이다. 한마디로 이미지 쇄신의 기회를 이미지 악화의 기회로 만들고 말았다.

국무총리란 자리는 그야말로 ‘대독총리’, ‘방탄총리’일 뿐이다. 헌법에 그렇게 규정되어 있다시피 하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 이외에는 국무위원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만 갖고 있을 뿐 다른 특별한 권한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무총리를 누구로 임명하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누구로 임명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한데,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사람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느냐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그런 점에서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동안의 부정적 이미지 곧 불통 이미지, 오만과 독선 이미지, 무능 이미지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을 후보자로 지명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니 말이다. 이미지 쇄신은커녕 기본적으로 국무총리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지명했으니 앞으로의 국정운영이 크게 걱정된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씨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왜 잘못되었는지를 밝혀서, 박근혜 대통령의 재고가 있기를 바란다.

첫째, 용납될 수 없는 전관예우에다 병역기피 의혹까지 있어 도덕적으로 흠결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황교안 씨는 부산고검장을 퇴임한 후 변호사를 개업하고서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기까지 17개월 동안 17억 원의 수임료를 챙겼다는데, 너무 많은 액수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더욱이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되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한 달에 약 1억 원씩의 수임료를 챙겼을 것이 분명하니, 이런 사람이 어떻게 공직자의 모범을 보여야 할 국무총리가 될 수 있겠는가?거기다가 사건을 수임하고도 선임계를 내지 않은 경우도 있는 데다 담당판사가 고교동창이라 수임 자체가 부적절한 경우도 있어 법의 생명인 정의와는 담을 쌓은 사람으로 볼 수밖에 없으니 국무총리는 가당찮은 자리다.

그런 데다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때 전관예우가 문제가 되자 그 돈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했었는데, 그랬다면 17억 원 가운데 통상적인 수임료로 볼 수 있는 2억 원 정도만 남기고 15억 원은 사회에 기부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그가 기부한 액수는 불과 1억3천만 원이라니 그 약속마저 지키지 않은 것이다. 장관이 되기 위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니 장관마저도 무효로 해야 할 판에 국무총리가 되게 한다는 것은 더욱더 말이 안 된다.

병역면제도 전혀 객관적 타당성이 없다. 군복무를 할 수 없을 정도의 피부병을 앓았다면 사법시험 공부를 하기 어려웠어야 하는데, 병역면제 후 곧바로 사법시혐에 합격했다는 점에서 사법시험을 보기 위해 병역을 기피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그 후 검사가 되어 정상적으로 공직을 수행했거니와 국무총리직까지 맡으려 하는 것을 보면 더욱더 의심이 간다.

그런데 문제는 병역면제의 불법성 여부보다 국민들이 보기에 불법적으로 병역을 기피한 것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한 만큼 이런 사람이 국무총리직을 맡는 것은 옳지 않다.

둘째, 황교안 씨는 재산을 공개하면서 장남의 재산은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것은 고위공직자의 처신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직계 존비속의 재산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나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공개하지 않는 것은 비정상이다. 그래서 아들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는 것 자체도 잘못이지만,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언가 공개할 수 없을 만한 사정이 있기 때문이겠기에 더욱더 잘못이다.

더욱이 아들이 독자적인 사업을 한 것도 아니고 취업해서 생활하고 있는 데다 부모로부터 분가한 지도 오래 되지 않아 부모의 재산을 아들 명의로 빼돌려 놓은 일이 없다면 하등 문제될 것이 없는 것이 객관적 정황이다. 그런데도 아들의 재산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무언가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람이 국무총리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

셋째, 전관예우나 병역기피 등의 의혹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황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답변드리겠다’고 말하면서 답변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런 사람은 국무총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은 우선 민주주의에 대한 소양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하게 요청되는 소통의 자세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정치를 여론정치라고도 하는데, 여론정치야말로 민심에 따른 정치이기 때문이다. 여론을 무시하고 국정을 운영한다면 그것은 민심을 무시한 국정운영으로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다. 이번에 임명되는 국무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정치를 보완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터에 박근혜 대통령보다 더 불통정치를 할 것 같은 사람을 국무총리로 임명해서야 되겠는가?

넷째,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국회의원들이 황 후보자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했으나 거의 대부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사람은 국무총리의 자격이 없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783건의 자료를 요청했는데, 이 가운데 270여 건만 자료를 제출하고 5백여 건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황 후보자가 장관으로 있는 법무부는 123건의 자료 제출 요구에 단 한 건의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 여야가 합의해 39건의 자료를 요청했는데도 20여 건에 대해서만 자료를 제출했다고 한다. 당당히 밝힐 수 없는 속사정이 있기 때문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난 주말에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전관예우를 감시하는 '법조윤리협의회' 사무실로 찾아가 황 후보자 관련 자료의 검증을 요구했는데,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황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신고한 자료 119건 가운데 19건의 주요 부분을 삭제한 채 국회에 제출해서 이를 검증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 협의회의 주요 결정을 하는 위원 9명 가운데 3명이 황 후보자가 법무장관으로서 지명한 사람이고, 법무부 파견 검사가 실무를 맡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람이 국무총리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아무튼 박근혜 대통령이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을 때 적절치 못한 사람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려는 것도 못 마땅했지만 그것보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대단히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황교안 씨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서 국무총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들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인사청문회를 앞두고서 드러나는 여러 의혹도 문제지만 인사청문회에 임하는 그의 자세로 보아 이런 사람이 국무총리가 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하겠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바른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연목구어인 것 같아 안타깝다!

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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