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사태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롯데그룹 3부자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어떤 비난도 지나칠 수가 없다. 비난 받을 짓을 너무 많이 해왔기 때문이다. 기업지배구조와 경영의 반민주성도 비난받아야 하지만, 더 크게 비난받을 일은 돈 앞에서는 부모도 자식도, 그리고 형제도 없는 반인륜적인 행태다.

그런데 이런 반인륜적인 행태가 롯데만의 문제일까? 그리고 재벌만의 문제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절대 다수 기업의 문제이고 절대 다수 국민의 문제다. 돈을 놓고 부자간이나 형제간에 화기애애하게 처리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롯데와 꼭 같을 것이다.

왜 이럴까? 돈의 노예가 된 때문이다. 돈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하면 이런 반인륜적인 행태를 벌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반인륜적인 행태는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폐해를 가져오지만 그들 자신에게도 엄청난 불행이 된다. 너무 공자나 예수 같은 말이라서 하나마나 한 말 같지만 이 말 만큼 오늘날 우리가 행복해지는 데 절실히 요구되는 말은 없다.

돈의 노예가 되면 인간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모르게 된다. 즉 삶의 지혜를 갖지 못하게 된다. 신격호 회장은 돈의 노예가 되어 행복의 지혜를 갖지 못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신동주·동빈 형제는 돈의 노예가 된 아버지의 희생물이다. 혹 엄청난 돈을 가진 신격호 회장이나 동주·동빈 형제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겠으나 착각이다. 사회적 지탄도 문제지만 부모형제간에 원수가 되면서 행복할 수가 없으며,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을 부러워할 일은 아니니 말이다.

신격호 회장은 그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었건 돈 버는 데는 유능했다. 해방 직후 적수공권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굴지의 회사를 일구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돈 버는 능력만 있었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나 자녀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할 능력은 갖지 못했다. 행복하게 살려면 인생의 지혜가 있어야 하는데 인생의 지혜를 갖지 못했으니 말이다. 90평생 살다 보면 산전수전을 다 겪었을 것이고, 일본 같은 나라에 오래 살다 보면 인생의 지혜를 터득할 기회도 많았을 것 같은데도 그의 처신을 보면 지혜라고는 손톱만큼도 안 보이니 그가 얼마나 철저하게 돈의 노예로만 살아왔는가 싶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신격호 회장의 문제는 그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문제일 수 있어 그가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인지를 밝히면서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인지를 되새겨보고자 한다.

우선, 그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를 전혀 알지 못했다. 즉 배운 일도 없고 터득한 바도 없었다. 오직 돈 버는 데만 열중했을 뿐이다. 그 돈이 결국 자기를 불행하게 하리라는 것을 모른 채 말이다.

인생의 최대 목표는 행복이다. 사업을 하는 것도, 진리를 탐구하는 것도, 그리고 남을 돕거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자기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물론 자기의 행복을 위해서 산다는 생각이 없어야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신격호 회장은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인생관과 세계관을 정립하고 있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번 롯데사태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를 알아야 하겠다.

다음으로 신격호 회장은 인생의 설계도 곧 ‘인생5계’의 준비 없이 인생을 산 것 같으니 행복한 삶을 살 수가 없었다.

‘인생5계’란 생계(生計) , 신계(身計), 가계(家計), 노계(老計), 사계(死計)를 말하는데, 굳이 인생5계란 말을 모르더라도 인생5계에 해당하는 삶을 살 준비가 되어 있었어야 한다. 그런데도 신격호 회장은 가계 곧 가문의 장래에 대한 아무런 계획이 없었고, 노년에 대한 대비도 없었으며, 그리고 죽음을 어떻게 맞을 지에 대한 준비도 없이 산 것 같다. 인간의 수명이 유한하고 늙으면 육체도 정신도 쇠잔해진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싶을 정도다. 돈에 대한 욕심이 너무 커서 그런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죽음을 불행하게 맞게 되었으니 불행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죽음은 삶의 총화인지라 죽음을 행복하게 맞지 못하고서는 그 인생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아들한테서 쫓겨나는 불명예를 안고서 죽음을 맞게 되었고, 그리고 자식들이 원수 같이 싸우는 것을 보면서 죽음을 맞게 되었으니 어떻게 행복하게 죽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돈의 노예로 살았을지라도 두 아들이 재산 싸움을 하지 않도록이라도 해두었어야 하는데, 그것도 못했으니 더욱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자신이 끝가지 롯데의 주인이고 싶은 욕심 때문이겠지만, 두 아들의 지분을 꼭 같게 해두어 결국 그 자신이 온갖 망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거듭 말하지만 위와 같은 어리석음은 롯데 신격호 회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 대부분의 문제다. 그래서 우리는 롯데사태에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첫째, 돈 많은 것을 부러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혜가 없으면 행복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지혜는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가 하는 일에서 보람과 기쁨을 누리는 것이다. 자기가 하는 일이 나라나 국민의 삶에 보탬이 되는 가운데 그 속에서 보람과 기쁨을 얻을 때 가장 행복할 수 있음을 알고 그것을 실천해야 한다.

둘째, 자녀들에게도 돈을 물려주려하기보다 자기가 하는 일에서 보람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능력과 가치관을 갖도록 해주었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게 했어야 한다.

재벌 회장의 경우 자식에게 너무 많은 돈을 넘겨주는 것은 자식으로 하여금 그 자신의 인생을 살 수 없게 하는 일임을 깊이 유념해야 한다. 롯데 신격호 회장의 경우 두 아들에게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물어 보고 그것을 하게 하면서 생활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2~30억 원 정도씩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나머지 재산은 그의 창업정신(창업정신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을 계승해서 롯데기업을 발전시켜갈 전문경영인에게 넘겨주었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번 기회에 재벌기업들이 관련 법률에 따라 소유되고 경영되게 해야 한다. 그래서 재벌기업의 오너들이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해서 상호출자(순환출자를 포함함)와 내부자거래를 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한 다음 상법상의 주식회사 규정에 따라 롯데 관련 기업이 운영되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롯데 3부자가 경영에 관여하는 일이 없게 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언론 동향을 보면 롯데의 경영권을 신동빈 회장이 장악하는 것이 옳은 듯이 주장하고 있는데, 신동빈 회장도 능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이고, 또 이번 부자싸움과 형제싸움에서 꼭 같이 비난받아야 한다고 본다. 부자간 다툼과 형제간 다툼을 수습할 수 없는 사람이 대기업을 잘 운영하리라고 기대할 수도 없거니와 국민에게 그토록 크게 실망시킨 사람이 아버지나 형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고 해서 그로 하여금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옳지 않겠으니 말이다.

물론 이렇게 함에 있어 그들의 재산을 뺐거나 부당하게 경영권을 박탈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자본주의 정신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 철저하게 법에 따라 해야 한다.

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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