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 칼럼> 이래서 인생지사 새옹지마라 했구나!

▲ 장기표 원장

어제는 오대산에 다녀왔다. 전에는 후배들 차를 타고 갔으나 어제는 버스로 갔다. 토요일인 데다 관광철이라 후배들 고생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7시 강변역 발 진부행 버스로 9시 25분경 진부에 도착했다. 마침 시내버스가 대기중이라 10시 쯤 월정사에 도착했다.

대웅전과 13층 석탑에서 참배를 하고 정념 주지스님을 뵈었는데, 1년여 만이었다. 근황을 묻던 중 나는 통일강연을 더러 하러 다닌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만나자마자 너무 진지한 말을 하는 것이 계면쩍어 탄허 스님의 통일예언을 꺼냈다. ‘요즘 통일 강연 가서 탄허 스님의 통일예언대로 1,2년 안에 통일이 이루어질 거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약간 의외의 반응이었다. ‘탄허 스님께서는 과거에 집착하기보다 미래를 통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 예언을 많이 하셨지만 꼭 집어 1,2년 안에 통일이 된다고 말씀하시지는 않았을 걸요’라고 하셨다. 말씀하는 투로 보아 탄허 스님의 통일관련 예언을 잘 모르거나 별로 믿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 내가 ‘월정사에 오시는 분들 가운데 탄허 스님의 통일예언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없습니까?’라고 물어보았더니 ‘그런 사람이 없던데요’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정말 의외였고 놀라운 일이었다. 탄허 스님의 통일예언이 인터넷에 많이 떠돌아다니고 나도 강연하면서 여러 차례 탄허 스님이라는 대단히 탁월한 스님이 2016년 안에 통일이 된다고 예언하셨다는 말을 많이 해서 탄허 스님이 주석하신 이곳 월정사에 오는 분들은 주지스님에게 당연히 탄허 스님의 통일예언에 대해 물어볼 것 같았는데도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다니 놀랄 만했다. 그리고 실망스럽기도 했다.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너무나 없다는 것을 드러내보이는 것이겠기 때문이다. 더욱이 탄허 스님의 제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월정사의 스님들조차 탄허 스님의 통일예언과 관련해서 말씀 나눈 일이 없는 것 같으니 말이다.

물론 이런 점은 있었다. 불교에서는 본래 예언이나 기적 같은 것에 매달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는 데다, 특히 정념 스님은 예언이나 기적 같은 것에 신경 쓰는 분이 아니었다. 수행 중에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것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잠깐 허상이 보인 것일 뿐 그것을 수행의 성과로 보는 일은 없었다. 1995년 경 나는 혼란한 마음을 가다듬어보려고 한국 최고의 기도처라는 상원사를 찾아 1주일간 4분정진을 한 일이 있다. 그때 마침 서울 중랑천이 범람할 정도의 물난리가 나 국민들, 특히 서울 시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본래 기도하러 간 목적인 마음공부는 잊은 채 비가 멈추기를 비는 기도만 했다. 쪽방 동네에서 집안으로 밀려드는 물을 바자지로 퍼내는 심정으로 온몸으로 기도했으니, 정말 몸과 마음을 다한 기도였다. 그해의 물난리는 역사에 기록될 만큼 특이했으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 당시만 해도 나는 절이든 염불이든 기도에 자신이 있던 때였는데도 너무나 힘들었다. 절을 너무 많이 해서 다리가 퉁퉁 부어서 앉는 것도 걷는 것도 어려웠다. 그리고 나한을 모신 나한전에서의 기도라 ‘제대성중’을 온 몸으로 외쳐 목이 붓기도 했다.
그런데 기도 마지막 날은 문수보살을 모셔둔 청량선원에서 철야기도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밤 12시쯤 저녁공양을 함께 해서 통성명을 했던 무공(?)스님이란 분이 다급한 목소리로 ‘처사님 저 달을 좀 보시죠’하는 것이었다.

기도 정진하는 사람에게 찾아와 달을 보라고 하는 것도 있기 어려운 일이지만 밤 12시에 스님이 자지 않고 기도하는 사람에게 와서 달을 보라고 하는 것도 있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스님으로서는 ‘내 기도 덕분에 비가 그치고 달빛까지 비친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던 것 같았다. 뒤를 돌아보니 법당 밖에 밝고도 밝은 달이 환희 비치고 있었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내 기도가 통했나 싶어 대단히 기뻤다. 그런데 기도가 끝나고 스님들과 담소를 나눌 때나 그 후 정념스님과 만났을 때 그 ‘기적과 같은 달빛’ 이야기는 일체하지 않았다. 나로서는 정념 스님 덕분으로 기도를 해서 그런 기적 같은 일까지 경험했으니 내 자랑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님께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서도 그 달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고 바랐지만 그에 관한 이야기는 일체 나오지 않았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렇다. 그런데 곧 바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불교는 기적 같은 일에 집착하는 종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직 내 마음을 깨쳐 스스로 해탈하고 중생을 교화하는 일일뿐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정념스님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정념스님이야말로 본사 주지스님을 맡고 있으면서도 한 철도 거르지 않고 하안거, 동안거를 다하시는 분이니, 정진 중에 이런 저런 신비스러운 일을 많이 경험하셨을 것인데도 한 번도 그런 일을 말씀하지 않았다. 그것은 정신이 잠깐 혼미해져서 일어나는 망상일 뿐이고,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러니 아무리 탁월한 스님이고 월정사 문중의 어른인 탄허 스님의 예언이라 하더라도 예언 같은 것에 마음이 끌릴 분이 아니었다. 스님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월정사를 찾는 사람들 가운데는 주지스님께 탄허 스님의 통일예언과 관련하여 물어보는 일이 있을 법한데도 그런 일이 없다는 것은 통일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만큼 낮기 때문일 것이었다. 그러니 어찌 놀라고 실망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탄허 스님의 제자이기도 한 정념스님은 탄허 스님의 통일예언을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탄허 스님의 통일예언을 정리해서 말해주었다. ‘월악산 영봉의 달빛이 물 위에 비추고 30년 후 여자 임금이 나오고, 그 후 3년 안에 통일이 된다’고 말이다.

그러고서 민족통일에 대한 담소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념 스님은 나의 통일 지론에 공감하지 않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세 및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정책 등에 대해서 그 어떤 정치학자보다 더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참선수행을 많이 하신 분이라 산속에 있으면서도 세상사를 훤히 내다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대화하기가 참 쉬웠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분에게 내 주장을 너무 강하게 펴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싶어 내 통일론의 핵심만을 말하고는 점심공양을 했다.

공양 후 차를 한잔하고 나는 상원사를 거쳐 중대 적멸보궁으로 향했다. 마침 돈을 가지고 간 것이 거의 없던 터라 불전함 시주 등 돈 쓸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고민하던 차에 스님께서 차비하라며 돈을 넉넉히 줘서 가벼운 마음으로 보궁으로 갈 수 있었다. 선재길(상원사 가는 인도)을 따라 걷고 싶었으나 너무 늦으면 안 될 것 같아 버스로 상원사로 갔다. 상원사에서 예불을 드리고 보궁으로 향했다. 보궁으로 오르는데 십수 년 전 상원사에 머물 때는 20분 정도면 오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25분 넘게 걸렸다. 길에서 두 번이나 알아보는 사람이 있어 잠시 멈추긴 했으나 그 후 더 빠른 걸음으로 오를 수 있어 사람 만난 일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린 것은 아닐 것 같고 나이를 먹고 그 만큼 힘이 빠진 탓이 아닐까 싶었다.

오래만에 갔기에 좀 오래 기도를 하려고 했다. 국태민안을 비는 것은 물론 인류의 화합도 빌었지만, 특히 민족통일이 빠른 시일 안에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빌었다. 불교의 목적은 깨달음과 그 깨달음을 통한 해탈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일 뿐 복을 비는 것은 아닌 줄은 잘 알지만, 그러나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으면 그런 기원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일정이 허락한다면 두어 시간 정도라도 앉았다가 나오고 싶었지만 20분 정도 ‘석가모니불’을 염송하고는 보궁을 나왔다.

‘선재길을 따라 걷고 싶었으나 매번 승용차로 다니느라 못 걸었는데 오늘은 선재길을 따라 걸어보라는 뜻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선재길을 따라 걸었다. 다음 버스는 4시 20분발이라 1시간 20분이나 기다려야 하는 것 때문에도 선재길을 걷게 되었다.
선재길을 빠른 걸음으로 내려오는데 나를 알아보는 사람을 세 번이나 마주쳤다. 산에 올 정도면 지식이 상당한 사람들이라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30분정도 내려오는데 월정사까지 가려면 1시간 넘게 걸릴 것 같아 자칫하다가는 4시 20분 버스도 탈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선재길을 벗어나 차도로 와서는 승용차를 하나 세워 편승할 작정이었다. 차도에 접어들자 말자 차가 한 대 내려와서 손을 들었는데 그냥 지나가버렸다. 마침 그곳은 길이 넓어 차가 빨리 달려 차를 세우고 싶어도 세우기가 힘들 상황이었다. 그래서 좁은 길로 와서 다시 손을 들어보기로 하고 그냥 걸어왔다. 조금 더 걸으니 마침 차가 내려오기는 하는데 올라오는 차도 있어서 차를 세우기가 위험해보였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두고 다음 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앞에 가던 차가 100m쯤 가서는 멈추어 섰다. 무언가 일이 있어 섰는가 보다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내가 태워달라는 신호를 보낸 일이 없는 차인데다 나를 태워가기에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차가 후진하는 듯했지만 제법 떨어져있어 정확히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나와는 아무 상관없이 차가 멈추어 선줄로만 알았다. 계속해서 걸어내려 가는데 차를 운전하던 사람이 차에서 내려 나를 향해서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었다. 진부까지 간다고 대답했더니 차에 타라고 했다. 뜻밖의 일이었다. 일단 차에 올랐다. 차에 오르고 나니 진부까지만 가면 되느냐고 물었다. 된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최종목적지가 어딘지 물었다. 서울이라고 했더니 자기들도 서울까지 가는데 서울까지 모셔다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들은 상원사에서 기도를 하고 가는데 선생님도 그런 것 같아 차에서 뒤 모습을 보니 머리카락이 희어 보여 나이 드신 분이 저렇게 걸어가서야 되겠느냐싶어 태워드리려고 차를 후진해서 왔다고 했다. 당연히 너무나 고마웠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보아하니 공직에 계셨거나 학문을 하신 분 같군요’라고 말하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장기표라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나이로 보아 그렇게만 만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금방 ‘아이쿠 장기표 선생님입니까? 제가 중앙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는데 제 수업을 들은 심규한 씨로 부터 선생님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자기를 간단히 소개하는데 부동산 마케팅광고를 전공해서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하고 있다고 했다. 내가 부동산 마케팅이면 가장 인기 있는 직종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한 때 그것으로 상당한 돈도 벌었다고 했다. 그러나 부동산을 샀는데 값이 올랐을 뿐 투기를 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었다. 사실 5,6년 전까지는 부동산 곧 땅이나 아파트를 사 놓기만 하면 값이 올라 굳이 투기할 생각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면서 그들이 상원사로 오게 된 연유를 말했다. 앞자리에 앉은 교수의 부인이 1년 전에 목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수술을 하고 나서 요양을 위해 찾은 곳이 상원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원사에 와서 3,4일간씩 묵으면서 기도하면서 요양을 했는데 지금은 108배를 할 정도로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다면서 상원사에 무척 감사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북대에서 3일을 묵었는데 북대에 계신 스님의 철두철미한 수행정신을 보고서 존경심이 절로 일어났다고도 했다. 산속에서 홀로 살면서도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일체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비누는 세탁비누만 쓸 뿐 세수 비누는 쓰는 일이 없었고, 식기세척도 밀가루로만 할 뿐 세제를 쓰는 일은 없더라고 했다. 특히 방문객들이 비누나 삼푸 등을 쓰다가 놓고 가면 그것을 버릴 뿐 두고 쓰는 일이 없더라고도 했다.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고 그런 스님이라면 수행이 철저할 것이 틀림없었다. 나도 다음에 상원사에 갈 때는 북대에 가서 그 스님을 친견하고 싶었다.

아무튼 상원사에 와서 부인의 건강이 좋아졌다고 여간 기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보통 남편이 상원사로 데려다주고 3,4일 후 다시 상원사로 와서 데려가는데 이번에는 올 때는 버스로 타고 왔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본래 내일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무언가 일이 있어 하루 앞당겨 오늘 남편더러 데리러 오라 해서 가는 중에 나를 만나게 되었다는 거였다.

그런데 내가 이 차에 타게 된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다. 내가 보궁에 갔다가 30초만 빨리 내려와 진부행 버스를 탔더라면 이 차를 타는 일은 없었을 것이고, 선재길을 내려오다 다시 차도로 나오지 않았던들 이 차를 탈 일이 또한 없었다. 더욱이 내가 이들에게 편승을 부탁하는 신호를 보낸 일 도 없는데도 차를 운전해가던 그 교수가 걸어가는 사람의 머리가 흰 것을 보고 나이든 사람이 저렇게 걸어가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이미 100여m 지나 쳤는데도 다시 차를 후진해서 일부러 태우게 되었으니 어찌 기적과 같은 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를 태워준 이 교수 부부로서는 상원사에 와서 기도를 하고 기도의 효험이 커서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 차를 세워 나를 태운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거기다가 노인을 잘 섬겨야 되겠다는 마음이 크게 작용하기도 했었던 것 같았다. 결국 세상의 모든 일은 인연 따라 일어나는 법이니 인연의 연결 고리를 다 따지지는 못하더라도 나를 태울 만한 인연이 있어 태운 것은 너무나 분명했다. 그런데 그 모든 인연이 부처님에 대한 기도로 말미암은 인연이란 점에서 나와 그들과의 만남은 결국 부처님이 맺어준 인연임이 분명했다. 부처님의 가피력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을까 싶었다.

이런 인연으로 이 교수부부와 함께 서울로 오는데 다른 날에 비해 차가 잘 빠지는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지체하는 곳이 많아 서울로 오는 동안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먼저 나더러 무엇을 하고 지내느냐고 물어 통일운동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앞으로 1,2년 안에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를 설명했는데, 동의되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었겠지만 대체로 공감하면서 통일포럼을 운영하는 데 도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도 했다. 아무튼 그 성의가 대단히 고마웠다. 그리고 시간이 많은 데다 고마운 분들과 동행하는 터라 내 나름대로 요양에 도움이 될 만한 말들을 찾아서 해주었더니 절에서 듣지 못했던 법문을 나에게서 듣게 된다면서 인사를 깍듯이 했다. 내가 유익한 말을 해서가 아니라 동행하는 어른에 대한 배려의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 너무나 분명했다.

아무튼 어제는 횡재하는 날이었다. 서울 가는 차를 공짜로 타게 된 데다 통일운동에 도움을 주겠다고도 하고, 그리고 나의 어줍짢은 말에 대해 스님의 법문보다 더 귀한 말씀이라는 칭찬을 들을 정도로 과분한 대접을 받았으니 어찌 횡재라고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물론 횡재라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은 분명하지만 말이다. 부처님이 맺어준 인연으로 부처님께 간절하게 기도해서 얻은 것을 마치 우연히 얻은 재산에 비유하는 것은 부처님을 모독하는 일이 될 수 있겠기 때문에 말이다.

어제 하루 일을 돌아보면 부처님의 가피력 운운했지만 결국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생각이 간절하게 든다. 버스를 놓쳐 순간적으로 낙담했는데 선재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선재길을 걷다 이대로 가다가는 혹 진부행 버스를 놓칠까 싶어 차도로 나와 차를 하나 세웠는데 그 차가 그냥 지나치는 바람에 이 교수의 차에 탈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앞의 차가 그냥 지나가버린 것이 결과적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그리고 내 머리카락이 흰 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닐 텐데도 머리카락이 흰 덕분에 귀한 사람들을 만났으니 어찌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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