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벌이고 있는 형제간에 가족간에 벌이는 진흙탕 싸움이 결국 아버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정신감정까지 받게 하는 막장드라마보다 더한 추태를 보이고 있다.

3일 오후 4시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 심리로 열린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개시 청구 사건 1차 심문기일에 신격호(94) 총괄회장이 성년후견인 지정사건 첫 심문기일에 출석했다.

청구인인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와 신 총괄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에 대한 정신감정을 실시하는데 의견이 일치를 보고 이에 따라 감정 방법 및 시기, 감정을 실시할 기관의 결정이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듣고 오는 3월9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2차 심문기일에서 구체적 방법과 내용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날 법정에서 신 총괄회장은 자신의 판단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총괄회장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양헌의 김수창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이 재판부의 질문과 답변을 다 받았다. 특히 판단능력에 대한 질문에는 아주 길게 말했다"며 "50대와 지금의 판단 능력에 전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우스갯소리로 성년후견을 신청한 여동생 신정숙씨의 판단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지 말하기도 했다"며 "가감 없이 모든 것을 보여드렸기 때문에 재판부에서 별다른 의문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은 이날 당초 법정에 불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심리를 1시간15분 앞두고 참석 의사를 밝혔다. 변호사 측은 이날 출석이 신 총괄회장의 뜻이었다고 전했다.

성년후견 청구를 한 신정숙씨 측 이현곤 변호사는 신 회장의 상태에 대해 말을 극도로 아꼈다.

이 변호사는 "신 총괄회장 개인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후견인 지정이 필요없다고 말했는지', '판단력에 문제가 없다고 했는지', '질문에 대답을 잘 했다고 하는데 사실인지' 등 신 총괄회장 측 주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건강상태나 정신상태에 대해 개인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이 변호사는 밝혔다.

이 변호사는 "청구인 측은 신 총괄회장의 후견이 필요한 상태라고 생각해 신청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신정숙씨는) 신 총괄회장이 명예롭게 회사를 일구고 많은 일을 했는데 말년에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고 명예를 지켰으면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감정 절차를 진행한 후 이를 근거로 성년후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성년후견 개시가 결정된다면 후견인으로는 누가 적절한 지 추후 심리할 예정이다.

성년후견인 제도는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결여된 이에 대해 후견인을 지정하는 것으로 의사결정능력과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앞서 신 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는 지난해 12월 서울가정법원에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개시를 청구했다.

신씨는 후견인으로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와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4명의 자녀를 지목했다.

현재 장남인 신동주 회장은 아버지 신 총괄회장과 함께 동생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 경영권을 두고 분쟁 중이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가 경영권 분쟁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년후견인이 지정 여부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효도법까지 등장해야하는 세상, 자아실현 없이 물질만능이 불러온 롯데家 '민낯'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94세 노구(老軀)의 아버지 정신감정을 위해 법정에 세우는 이런 아들들을 키웠다면 평생 롯데를 최고의 기업으로 일구었던들 무슨 보람과 기쁨이 있을까 반문한다.

이동후 기자  ceo@eve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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