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난 10일 서해에서 남북 함정 간 교전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 며칠 전 남북 당국이 은밀히 접촉했다는 사실이 선뜻 납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양측 모두 서해교전 후 절제된 대응을 하고 있는 점, 11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 계획 발표로 북미대화가 가시화한 점 등을 상기하면 최근 남북 당국 간에 물밑대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라는 분석도 적지않다.
더욱이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움직임이 부상했다가 가라앉은 이후 양측이 북핵문제의 남북대화 의제화 문제, 이산가족 상봉, 개성.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 등 현안에 대해 어떤 급에서든 대화를 할 때가 됐다는 주장들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미.남북.북미관계의 3각 선순환 구조를 꾀하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19일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내달 초께면 북미대화가 개시되는 상황에서 시기적으로 남북대화라는 `빈칸'을 채울 필요는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근 남북 접촉에서 협의된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일단 정부가 남북 간에도 핵문제를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해온 점으로 미뤄 핵문제를 남북대화의 의제로 삼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대북 인도적 지원과 `추석 상봉'에 이은 차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 개최와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법 등 인도주의 현안에 대해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 26일 제의했음에도 북이 수령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는 `옥수수 1만t 지원 건'에 대한 입장 교환이 이뤄졌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정부가 지난달 29일부터 4일까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서면회의를 개최, 옥수수지원 비용 약 40억원 집행에 대한 의견수렴을 마치고도 일주일이 지나도록 기금사용을 최종 결정하지 않고 있는 점은 최근 남북 접촉에서 관련 논의가 순탄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까지 가능케한다.
아울러 개성.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와 관련, 방북자의 신변안전 보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남북간 출입.체류 관련 합의서를 보완하는 문제도 논의됐을 수 있다.
앞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금강산.개성관광 재개와 관련한 남북간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원들의 질문에 "신변 안전 문제의 제도화를 위해서는 남북 당국간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당국간 접촉에서 양측이 남북대화에서 핵문제를 의제화할지 여부나 인도적 지원 규모 등 쟁점 현안과 관련해 의견을 접근시켰는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북측 경비정이 10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고 우리 측 경고사격에 조준사격으로 대응한 상황은 앞서 열린 남북 당국간 접촉이 순조롭지 못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이와는 반대로 북측 경비정의 도발이 남북간 대화 움직임에 대한 일부 소장파 북한 군부의 반발심리 탓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북.미간 대화 움직임과 맞물려 남북대화가 조기에 재개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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