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 "외교관이면 몰라도 작가는 은퇴가 따로 없습니다."
1970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 겸 전직 외교관인 이동진(64) 전 대사는 15일 연합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작품활동에 대한 식지 않는 의욕을 드러냈다.
이 전 대사는 "25세 때 돌아가신 박두진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 등단해 내년 65세가 되니까 벌써 40년이 된다"면서 "이를 기념해 그동안 쓴 시를 추려서 '내 영혼의 노래(Songs of My Soul)'라는 시선집을 국문과 영문으로 내게 됐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펴낸 스물한 권의 시집에서 추린 시들과 최근 4년간 쓴 미발표 시 400여 수를 묶은 것으로, 1천128쪽 분량이다.
시인뿐만 아니라 소설가, 번역가 등으로도 활동 중인 그가 그동안 펴낸 책만 해도 시집 외에 소설 6권, 희곡집 5권, 번역서 60여 권 등 모두 130여권에 달한다.
영어, 프랑스어, 일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등에 능통한 이 전 대사의 인생 경로는 그가 구사하는 언어와 작품활동 못지않게 다채롭다.
서울 법대를 졸업과 동시에 외무고시 2회에 합격하고 1969년 외무부에 입부, 일본과 이탈리아, 바레인, 네덜란드, 벨기에 등을 거쳐 나이지리아 대사를 역임한 뒤 2000년 은퇴한 이 전 대사는 대학 학부만 세 군데를 입학한 특이한 경력도 있다.
그는 "처음엔 신부가 되려고 64학번으로 가톨릭대학으로 진학했었다"며 "아무래도 사회와 떨어져서 살 수 없다는 생각에 성균관대 영문과(65학번)를 거쳐 서울 법대에 66학번으로 입학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번역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꼽으면서 그는 "`장미의 이름'은 아마 동양에서 내가 최초로 번역했을 것"이라며 "졸업은 못했지만 가톨릭대학에서 라틴어를 배웠던 게 이 책을 번역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전 대사는 "33년의 외교관 생활 중 20년을 해외 공관에서 근무했다"며 "덕분에 여행도 많이 하고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었다"며 "외교관 시절의 경험이 음으로 양으로 작품활동에 많은 자양분이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달 19일 오후 6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내 영혼의 노래' 출판기념회를 여는 그는 "외교관에게는 은퇴가 따로 있을지 몰라도 작가는 인생 은퇴할 때 함께 은퇴하는 것"이라며 "생을 다 할 때까지 작품활동을 계속해 좋은 책을 세상에 많이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hyunmin623@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저작권자 © 에버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 대통령, 총리·비서실장 인선에 깊어지는 고심…총선 수습 출발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