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인 1만명이 제자".."대통령 직할 정보부대도 교육"

(다마스쿠스<시리아>=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북한의 공작으로 2000년에 추방될 위기에 몰린 적도 있었지만, 이제 시리아에서는 태권도와 함께 제 이름이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을 정도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쿠바와 함께 대표적인 미수교국인 시리아에서 12년째 태권도 보급에 헌신하고 있는 전상호(47.공인 8단) 사범은 자타가 인정하는 `민간 외교관'이다.
전 사범은 북한과 혈맹관계인 시리아에서 정부를 대신해 태권도와 우리의 고유 문화를 알리며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외롭게, 그러나 성공적으로 심어 왔기 때문이다.
시리아 태권도계의 `대부'로 불리는 전 사범이 1998년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으로 처음 시리아 땅을 밟았을 때까지만 해도 태권도는 북한이 장악하고 있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태권도가 정식 정목으로 채택되어 태권도 용어가 공식적으로 확립됐는데도, 시리아에서는 여전히 `돌려차기'가 북한식으로 `비틀어 차기'로 발음되고 있을 정도였다.
전 사범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것은 태권도 협회가 일본의 가라테 협회 소속으로 곁방살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 태권도의 불모지였던 시리아에서 전 사범은 제대로 된 태권도를 알리고 제자 육성에 힘써 이제는 일가를 이뤘다.
시리아 태권도계를 이끌고 있는 코치급 제자만도 80명이고, 태권도를 수련하는 시리아인 수는 1만명에 이르렀다.
시리아 국가대표 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별도로 시리아 대통령 직할 정보부대원들에게도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으며, 그의 제자 중에는 대통령 친인척들도 있다.
전 사범이 북한의 공작으로 2000년 3월에 시리아에서 추방될 뻔 했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신뢰했던 시리아 고위층이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 사범은 "9년 전에 아무런 이유 없이 추방 명령을 받았는데, 한국이 시리아와 미수교 상태이니 정말 기댈 곳이 없었다"며 "시리아 고위층이 저를 믿어줘 북한의 음해에도 제가 이곳에 남아 태권도를 계속 가르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용인대 태권도학과를 1기로 졸업한 전 사범이 리비아와 미국에서 태권도 지도자 활동을 마치고 1998년 시리아에 왔을 때에는 교민 수가 13명에 불과했었으나 지금은 그 10배인 130명으로 늘어났다.
그 사이 한국 기업의 진출도 활발해져 지난해 9월 LG전자 지사가 수도 다마스쿠스에 개설된 데 이어 12일에는 코트라(KOTRA)의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가 문을 열었다.
미수교 상태임에도 한국과 시리아 간의 관계가 가까워질 수 있었던 밑거름 중 하나가 전 사범의 `민간 외교'였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지형섭(39) LG전자 다마스쿠스 지사장은 전했다.
LG전자 다마스쿠스 지사는 올해 8∼9월 전 사범이 이끄는 시리아 태권도 국가대표팀의 한국 전지훈련 비용을 댔고, 내년에는 시리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아랍 군인 태권도 대회'를 후원하기로 했다.
전 사범은 "북한의 영향력이 남아 있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가 시리아"라며 "태권도가 미수교국 시리아에서 더욱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좀 더 많은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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