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우리는 이만큼 큰다

주요기업들 `중장기 비전' 선포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 뉴밀레니엄 원년(元年)인 2000년 이후 10년간을 부단히 달려온 국내 대기업들이 내년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10년'에 대비한 경영 청사진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대체로 현재 실적의 2∼4배에 이르는 수준까지 매출을 끌어올려 `초(超) 대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장밋빛 경영 비전을 제시했다.
해외로 시장을 넓혀 나가면서 환경이나 바이오 등 미래에 각광받을 분야를 키워 `양과 질'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5~10년 후 이만큼 큰다" = 주요 기업이 제시한 경영 비전은 2015년부터 2010년 사이에 어느 정도의 외형을 갖출지에 우선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1일 창립 4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는 2020년에 연간 4천억 달러(약 473조원)의 매출을 내는 `메가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내용의 `비전 2020'을 발표했다.
이 매출 목표는 올해 삼성전자 연간 매출 추정치(1천100억 달러ㆍ약 130조원)의 3.6배이다.
삼성전자는 창립 30주년을 맞았을 당시인 1999년 `10년 후 매출 100조원 돌파, IT업계 3위 진입'이라는 비전을 제시했고 10년이 지난 올해 그 목표가 달성됐다.
이번 `비전 2020'을 실현하는 데 성공한다면 글로벌 10대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고, 전 세계 인재들이 모두 일하고 싶어 하는 초일류 기업이 될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SK네트웍스도 목표 달성 시기를 2020년으로 잡은 경영계획을 수립했다.
10년 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1조5천억원, 기업가치 20조원의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매출 목표액은 작년 연간 매출의 2.85배에 이른다.
다른 유력 기업들도 시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5∼10년 후를 내다본 대계(大計)를 수립해 놓았다.
포스코는 지난해 창립 40주년을 맞아 오는 2018년에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장기 비전을 공개한 바 있다.
철강 부문에서 65조원, 비철강 분야에선 35조원까지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으로, 작년 매출액의 3.26배에 달하는 목표다.
대한항공은 2019년 올해 목표치인 10조3천억원보다 150% 늘어난 25조원의 매출을 기록한다는 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올해 추정 매출액(9조1천억원)보다 141% 증가한 22조원의 매출을 2018년에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두산중공업은 작년 실적의 3배에 해당하는 연간 매출 17조원 시대를 2015년에 열 계획이고, 현대모비스는 올해 12조원대인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부문 매출을 2015년까지 22조원으로 불리겠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별도의 중장기 매출 목표를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2005년부터 `초일류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전자도 중장기 사업 목표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해 창립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고객을 위한 끊임없는 가치창출로 100년을 넘어서는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신성장 분야로 체질 바꾼다 = 주요 기업들은 야심 차게 세운 중장기 계획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사업 내용에서도 질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친환경 산업 등 미래에 신성장동력이 될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해외 시장을 더 많이 개척해 기업 경영에 필요한 추진력을 얻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세트나 부품 위주의 사업 구조를 소프트웨어, 솔루션 위주로 바꾸고 의료와 바이오, 환경, 에너지, 편의시설 등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영역을 신사업 분야로 추가하기로 했다.
에코 카(Eco-car)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그룹은 2018년에 하이브리드 차량 50만대, 수소연료전지차 3만대를 판매하는 등 친환경 차량의 판매 비중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도 하이브리드 차량 구동 부품과 에어백, 조향장치 등 자동차 핵심 부품의 매출 비중을 OEM 매출의 30% 수준에서 2015년에 50%까지 높이기로 했다.
SK그룹은 최근 중국에서 개최한 `CEO(최고경영자) 전략 세미나'에서 기술 중심의 신성장 비전을 만들기로 하고 향후 시장을 선도할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벌이기 위해 현지 사업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GS그룹도 미래 신성장 전략의 실마리를 `해외 사업 강화'에서 찾고 있다.
올해 인수한 ㈜쌍용을 GS글로벌로 탈바꿈시키고 해외 사업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긴 GS그룹은 세계 시장에서 유망 산업을 발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GS칼텍스는 해외 유전개발 사업과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 등에 사운을 걸고 총력을 쏟고 있다.
롯데그룹은 `내수 기업'에 머물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중국과 동남아 등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롯데는 2018년에 `아시아 톱10 글로벌그룹'이 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핵심역량 강화', `현장경영', `인재양성', `브랜드경영' 등 4가지 경영방침을 정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세계 17위 수준인 국제 여객 수송 실적을 10위권으로 높이고 화물 수송 세계 1위를 고수한다는 목표로 기존 사업군의 내실을 다지고 있다.
이를 위해 항공기 보유 대수를 130대에서 180대로, 취항 도시를 116곳에서 140곳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prayerahn@yna.co.kr
(끝)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편집국 webmaster@evernews.co.kr

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