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은 2003년 카드사태를 거치면서 손실보전 차원에서 현금서비스 이용고객에게 4.0∼4.5%(연 환산 기준)의 취급수수료를 물리고 있다. 카드업계가 정상화된 상황에서 위기시 신설했던 취급수수료는 없애는 것이 마땅하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자와는 별도로 수수료를 받는 것은 명분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다. 올해 4월22일부터 시행된 개정 대부업법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개정 대부업법은 금융회사가 이자율을 산정할 때 수수료와 사례금, 공제금, 연체이자 등 명칭에 관계없이 대출과 관련해 고객에게 받는 것은 모두 이자로 보도록 명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금리 인하 압력이 거세자 취급수수료율을 절반 수준으로 인하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취급수수료를 폐지하고 이자에 녹이면서 전체 금리를 낮추려는 카드사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인하 폭은 2%포인트 이내로 하겠다는 심사다. 금리 인하가 생색내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금리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감독당국의 판단이다. 카드사의 수익성은 연체율과 조달비용에 좌우된다. 전업카드사의 연체율은 2003년 말 28.3%에 달했으나 2005년 말 10.1%, 2007년말 3.8%, 올해 6월 말에는 3.1%로 급락했다. 만기 3년짜리 카드채 발행금리는 5.7%로 현금서비스 금리보다 크게 낮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5개 전업카드사와 15개 겸영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무려 3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현금서비스 금리는 요지부동이니 서민 가계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카드업계도 할 말은 많은 듯하다. 현금서비스 금리 2%포인트 인하가 감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상 낮추면 수익성이 악화하고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연체율이 높아질 때를 대비해 이익이 날 때 대손충당금 여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카드업계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낮은 연체율에 편승해 회원 모집 과당경쟁에 나서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연회비 면제나 과다한 경품 제공 등을 미끼로 불법 모집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금리 인하는 뒷전이니 고객들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과거 카드사들은 부가서비스도 일방적으로 축소하는 얄팍한 상혼을 발휘해 고객의 신뢰를 잃은 적이 있다. 현금서비스 금리 2%포인트 이내 인하를 고집하다가 추가인하 압력을 받기 보다는 처음부터 합리적인 인하폭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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