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 소설 `롤리타'로 유명한 러시아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1899~1977)의 미완성 소설 `로라의 원형'이 출간돼 뉴욕과 런던 서점가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고 17일 리아 노보스티 통신이 보도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이 소설이 문학계는 물론 일반 독자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나보코프의 유명세도 있지만, 그가 남긴 유언 때문이다.

그는 1977년 스위스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 아내 로라에게 그 소설의 미완성 원고(영문판)를 태워 없애라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아내 로라는 그렇게 할 마음이 없었고 아들 드미트리에게 그 소임을 맡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아들 드미트리가 지난해 아버지의 유지를 어기면서 출간을 결정했고 30년 넘게 스위스 은행에 보관돼 오던 미완성 원고가 세상에 나오게 된 것.

드미트리는 소설 출간을 결정하면서 언론에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아이러니한 미소로 `왜 그렇게 낡은 쓰레기(원고)에 집착하니. 당장 가서 책으로 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많은 러시아어 작품을 영어로 번역했던 드미트리는 "이 작품이 온전히 완성됐더라면 아버지가 일생 써 오신 어느 작품보다 뛰어나며, 독창적이며 과격한 책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미완성 소설은 조만간 러시아판으로 번역돼 나올 예정이며 연필로 쓰인 원본 원고는 내달 4일 약 60만달러에 크리스티 경매에 부쳐질 것으로 알려졌다.

상트페테르부크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나보코프는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난 이후인 1919년 서유럽으로 망명했으며, 나치의 압박을 피해 1940년 미국으로 이주했고 5년 뒤 귀화했다.

그는 미국 대학에서 곤충학을 연구하며 나비 연구가이자 수집가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특히 영화화되기도 했던 소설 `롤리타'로 유명해 졌는데 1955년 프랑스에서 발간돼 판매 금지됐으나 1958년 미국에서 다시 발간되어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켰다.

사춘기 때 첫사랑에 실패한 40대 남성이 성장 후에도 사춘기 소녀에 열정을 느낀다는 줄거리의 이 소설은 당시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고 미성숙한 소녀에 대한 정서적 동경이나 성적 집착을 의미하는 `롤리타 신드롬'이란 용어도 여기서 나왔다.

'창백한 불꽃', '선물', '말하라, 기억이여' 등을 영어로 발표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나보코프는1959년 다시 스위스로 이주, 여생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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