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 체코가 17일로 '벨벳 혁명' 20주년을 맞았다.
벨벳 혁명은 1989년 체코에서 비폭력으로 수십 년의 공산통치를 종식한 역사적 사건을 일컫는 것으로, 베를린 장벽이 붕괴한 지 8일째인 그해 11월7일 수천명의 학생들이 1939년 11월17일 나치에 대항하다 처형된 청년 공산주의자 9명에 대한 50주년 추모집회를 가진 뒤 거리로 진출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의 강경 진압에 분노한 시민이 가세하면서 19일에는 시위 참가자가 20만명으로, 20일에는 50만명으로 불어났고 27일에는 총파업이 2시간 동안 진행되는 가운데 거의 모든 프라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다음 날 체코슬로바키아 공산당은 권력을 포기하고 일당제를 철폐한다고 발표했으며, 마침내 12월28일 극작가 출신으로 반체제 단체 '시민포럼'를 이끌었던 바츨라프 하벨이 대통령에 오르면서 혁명이 완성됐다.
하벨 전 대통령은 혁명 성공 후 연설에서 "우리는 평화적으로 혁명을 이뤘다"면서 "이것은 벨벳 혁명"이라고 말했다.
프라하에서는 이날 전시회, 콘서트, 각종 집회와 연설이 진행되는 가운데 약 1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당시 시위를 재연하는 등 당시의 감격을 되새기며 감회에 젖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하벨 전 대통령은 "우리가 오늘 기념하는 변혁은 의심의 여지없이 오랫동안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우리의 상황을 증언하려 했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다"면서 "전체주의 권력에 맞서 끝없는 투쟁을 전개한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하벨 전 대통령이 주최한 한 콘서트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영상 연설을 통해 "당신(하벨 전 대통령)의 의지와 용기가 세계에 영감을 불어 넣었다"고 평가했으며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최근 체코 방문에서 "당신은 동유럽이 추구하는 민주주의의 모델"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를 도입한 체코는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고 EU의 동유럽 회원국 중 2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등 상당한 성공을 거뒀으나 최근들어 정치불안이 지속되고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혁명의 성과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체코는 지난 3월 미렉 토폴라넥 총리의 중도우파 연정이 의회의 불신임안 가결로 퇴진해 현재 과도 중립내각이 정부를 이끌고 있는 등 시민민주당과 사민당 간의 권력투쟁으로 정치 불안이 이어지고 있으며, 공산당은 여전히 15% 내외의 지지율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체코 국민은 자유시장, 사유재산, 언론의 자유, 다당제, EU 및 나토 가입 등을 지지하고 있으나 지난 20년간 개인과 사회의 안전, 도덕성 등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특히 83%는 현 정치상황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 하벨 전 대통령은 "정치 불신, 정치인과 국민의 괴리가 우려된다"면서 그러나 체코는 법의 지배, 인권 존중, 자유시장 경제 등을 누리는 등 여전히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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