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이름으로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

'여성, 총 앞에 서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남성들의 지긋지긋한 전쟁에 지친 아테네 여성 뤼시스트라테는 전쟁을 지속하는 한 남편들과 잠자리를 하지 말자고 여성들에게 제안한다.

아테네의 부인들은 그의 제안에 따르고, 남자들은 결국 전쟁을 그만두고 휴전하게 된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인 아리스토파네스가 쓴 희극 '뤼시스트라테'의 내용이다.

페미니즘 연구가인 런던 시티 대학 방문교수 신시아 코번의 '여성, 총 앞에 서다'(삼인 펴냄)는 현대판 뤼시스트라테들, 곧 전쟁과 폭력에 대항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이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평화지향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실제로 여성들이 전쟁과 폭력에 대항해 저항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여성을 단순히 약한 존재로 여긴 결과다.

그러나 저자가 분쟁 지역에서 만난 여성 평화운동 단체들은 절대 연약하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을 쓰려고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인도, 시에라리온 등 세계의 분쟁지역을 돌며 무력 분쟁과 폭력이 여성들에게 얼마나 끔찍한 영향을 미치는지 목격하고, 그곳에서 평화운동을 하는 여성단체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전장에서는 적군에 대한 '응징'의 수단으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빈번히 일어난다.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은 가족과 공동체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여성지도자들은 암살당하며, 젊은 여성들도 짧은 바지를 입거나 피어싱을 했다는 이유로 통제받는다.

이곳에서 여성들은 조직을 엮어 체계적인 평화운동을 펼친다. 여성들은 '전쟁을 계속한다면 출산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하고, 유엔 직원을 억류한 곳으로 가서 석방을 요구하는 행진을 벌이기도 한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에 맞서 시위를 벌이고 피해 여성들에 대한 지원 역할도 한다.

평화운동 여성들은 현재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 곳에서도 활동을 지속한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필리핀, 미국 등 20여 곳의 여성들이 참여하는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동아시아-미국-푸에르토리코 여성네트워크'는 미군의 해외 군사전략을 감시하고 미군 주둔지의 성매매 등 부정적인 모습을 고발한다.

평화운동 여성들이 취하는 저항 방법도 다양하다. 시위와 행진, 법정 투쟁에서 정치 로비와 알몸 시위까지 다양하다. 특히 알몸 시위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가부장제적인 금기를 깬다는 점에서 강한 힘을 갖는다.

저자는 인류 역사를 통해서 여성과 노동자, 이방인이 차례로 종속화됐고, 이런 성적, 계급적, 인종적인 종속화 이후에 전쟁이 발생했다는 인류학 연구를 소개한다. 이어 저자는 종속화된 이들이 두려움을 떨쳐내고 잘못에 맞서 항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