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아프리카가 준 선물여행작가

오다나는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했다. 소소한 일상이 기쁨이 되는, 소유가 아닌 나눔으로 행복의 지평을 넓히는 삶이다.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한국관광공사 강의실을 빌려 무료 아프리카 여행 설명회를 개최하고 '미치도록 즐거워!'를 펴냈다. 아프리카는 그녀로 하여금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내려 '안분지족의 자전거'로 갈아타게 만들었다.

◆여의도에서 아프리카로 GO!
아프리카로 떠나기 전 오다나의 직업은 국회의원 6급 정책비서였다.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반 때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꿈꾸며 시작한 일이 5년째에 접어들고 있었다. 법률 개정과 제정, 각종 정책 검토, 선거와 국정감사 등 국회를 둘러싸고 반복되는 일들로 늘 눈코 뜰 새가 없었다. 밤샘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으며 국회 안팎을 뛰어다녔다.

"그 일이 제 삶의 전부인 것처럼 살았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 자신이 텅텅 비어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어요. 마냥 즐겁다고 여겼던 일들이 진저리치게 싫어지더라고요. 몸도 그 마음을 알았는지 경고를 보내왔어요. 위염, 두통에다 불면증까지 온갖 신경성 질환이 생겨났죠.

깊은 무력감과 절망감을 이겨내기 위해 그녀가 선택한 것은 '행복찾기'였다. 자신이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을 탐색해보았다. 답은 '여행'이었다. 서울 토박이로 자란 그녀에게 여행은 어린 시절부터 가장 큰 기쁨의 원천이었다. 해운회사와 항공사에서 근무하던 아버지의 주도 아래 온 가족이 거의 매달 여행을 떠나곤 했었다. 가까운 주말농장에서 멀리는 동남아시아까지 누비고 다녔다. 대학에 들어온 이후에는 혼자서 때론 여동생과 함께 배낭여행을 떠났다. 북미와 유럽을 돌아 쿠바까지 서른 전에 이미 밟아본 나라가 30개국에 달했다. 거실 책장이 온통 가이드북으로 차 있을 정도로 여행은 가풍(家風)이나 마찬가지였다.

행복찾기 프로젝트는 이윽고 실행으로 옮겨졌다. 우선, 주위 사람들의 의아해 함과 만류를 뒤로하고 사표를 썼다. 그리고 여행지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에도 답은 쉽게 찾아졌다. 바로 '아프리카'였다. 전 세계 거의 모든 여행자들의 로망, 아프리카는 그녀가 늘 꿈꿔온 곳이었다.

"언젠가 TV 다큐 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 트럭 투어를 본 적이 있었어요. 국적이 다른 여행자들이 트럭을 개조한 버스를 타고 야생을 누비는 모습이 너무도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어요. 무조건 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고단함과 놀라움이 중첩된 여행
아프리카 트럭 투어는 버스 형태로 특수 제작된 트럭을 타고 수천㎞ 구간을 이동하며 체험 관광을 즐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트럭에는 좌석과 탁자 외에 캠핑 장비와 요리 도구, 물탱크, 읽을거리가 구비됐고 운전사와 함께 투어 리더(가이드), 현지인 조리사가 동행했다.

오다나가 선택한 트럭 투어는 빅토리아 폭포가 있는 짐바브웨에서 시작해 보츠와나, 나미비아를 거쳐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르는 21일짜리 상품이었다. 2009년 2월에 진행됐는데, 자칭 여행 마니아인 그녀에게도 녹록지 않은 여정이었다. 새벽 4~5시면 일정이 시작돼 올빼미 스타일인 그녀는 아침마다 잠과의 사투를 벌어야 했다. 물론, 며칠이 지난 뒤에는 새벽형 인간으로 자연스럽게 개조될 수 있었다.

"아프리카는 해가 지면 말 그대로 암흑이에요. 헤드 랜턴 하나에 의지해 저녁 먹고 설거지하고 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잠깐 수다 떨다가 잠자리에 드는데 밤이 그렇게 길 수가 없어요. 보통 8시면 자니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지더라고요."
씻는 문제도 골칫거리였다. 아프리카는 듣던 대로 어딜 가나 심각한 물 부족 상황이었다. 동행한 20여 명이 한 대얏물에 돌아가며 손을 씻어야 했다. 하루에 두 번씩 샤워를 하던 서울에서의 습관은 아예 잊어버려야 했다. 물론, 캠프사이트마다 샤워장이 설치돼 있었지만 사용하려면 용기가 필요했다. 나미비아의 세스리엠(Sesriem) 캠프사이트에선 비명을 질러가며 수백 마리의 벌레와 함께 샤워를 했다. 야생동물의 낙원으로 불리는 보츠와나 오카방고 델타(Okavango Delta)에선 3일간 머리조차 감지 못했다. 습지 생태계 보호를 위해 전기, 수도 시설이 전무한 곳이었다. 습지로 들어가는 이동 수단인 쪽배 모코로(Mokoro)에 오르기 전 비누, 치약, 샴푸를 빼놓아야 했다.

야영 역시 예상을 벗어나는 '뼈아픈 체험'이었다. 설렘과 낭만적인 기분은 첫날 잠깐이었다. 야영 첫날 밤 직접 텐트를 치고 매트리스를 깔아 잠자리를 마련했다. 아늑한 침낭 안에 몸을 넣고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었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에 곧바로 나타났다. 목부터 골반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밤새 얻어맞은 것처럼 온몸이 다 쑤셨다. 한뎃잠에 대한 적응력은 트럭 투어가 끝나는 날까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생판 모르는 남과 같이 잠을 자야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트럭 투어는 텐트 하나에 두 명이 들어갔다. 소심한 한국인 여행객은 잠귀 밝은 스위스인 텐트메이트가 혹여 깰까봐 몸 한번 제대로 뒤척이지 못하고 긴장했다. 잠자리가 편할 날이 없었다.

트럭 투어의 고단함은 아프리카 대륙이 풀어주었다. 하늘, 땅, 바람, 공기, 사람까지 아프리카의 모든 것이 감동과 위안과 희망으로 다가왔다. 원주민들이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영원히 피어오르는 연기'라는 뜻의 '모시 오아 툰야(Mosi-oa-Tunya)'라고 명명한 빅토리아 폭포는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광경을 선사했다. 잠베지 강의 급류에 몸을 내맡기는 화이트워터 래프팅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체험한 것 중 가장 스릴 넘치는 액티비티였다.

"나미브 사막의 모래언덕인 '듄(Dune) 45'에서 만난 일몰은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하늘과 사막이 하나로 붉게 물드는 경이로움에 압도돼 일행 모두가 말을 잃었으니까요. 그동안의 수많은 여행지 중 이토록 강렬한 풍경이 또 있었나 싶었죠. 트럭 투어를 끝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고단함과 놀라움이 중첩된 아프리카 여행은 다시 찾은 행복과 함께 생활의 변화를 가져왔다. 끝없는 욕망과 경쟁의식에 매몰됐던 자신이 깨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트럭 투어를 비롯해 총 40여 일의 아프리카 여행은 행복의 조건이 무엇인지 다시금 짚어주었다. 작은 것에 기뻐하고 감사하는 삶,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는 마음의 여유, 집착으로 몰아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는 것……. 새로운 행복의 가치로 여는 인생 2막은 아프리카가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