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연합뉴스) 이유진 기자 = "도와주신 분들이 많은 덕분이죠, 뭐"
최근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이 주최한 `2009년도 원어민 협력수업 우수사례 공모'에서 전국 1위의 영예를 차지한 화천 광덕초등학교 고경희(37.여) 교사는 한사코 주변에 공을 돌렸다.
지난해 3월 강원도 산골의 광덕초교에 부임한 이후 전교생 35명의 영어교육을 맡은 고 교사는 지난 18일 `산골벽지 광덕 아이들, 영어의 바다에 빠지다'라는 수기로 한국인 협력교사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꼽은 수상비결은 온통 `남의 탓' 일색이다.
"저 한 사람이 잘해서가 아니예요. 원어민 보조선생님이 너무 좋은 파트너가 돼주셨고 학부모들도 밭일을 하다가 영어 뮤지컬을 연습하는 아이들 간식으로 고구마를 삶아 오시는 등 도와주셨지요."
고 교사는 올해 3월부터 한 식구가 된 미국인 보조교사 벤저민 로슨(24) 씨야말로 아이들에게 영어자신감을 부쩍 자라게 한 `일등공신'이라고 추켜세웠다.
"로슨 선생님은 아침마다 아이들한테 줄 사탕이며 초콜릿을 한 보따리 싸가지고 오실 만큼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세요. 좋은 교재가 있으면 미국에 계신 부모님께 부탁해 조달받기도 한답니다."
학생들이 멀리서도 로슨 씨를 보고 달려와 인사를 할 만큼 그를 따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로 주고받는 대화가 늘고 외국인을 낯설게 여기는 마음은 사라지는 반면 영어자신감은 커졌다는 것.
정규 교과목으로 영어를 배우는 것은 3학년 때부터이지만 고 씨는 1∼2학년과 병설 유치원생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연구한 끝에 영어노래와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학습방법을 도입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지난 10월 말 화천군교육청에서 주최한 영어말하기.영어노래 대회에 참가해 각각 2위와 3위에 입상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오는 12월에는 방과 후 발표회를 마련해서 지역주민들을 모시고 아이들의 영어 뮤지컬을 선보일 거예요. 내년에는 할로윈, 추수감사절처럼 미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도 준비해보고 싶고요."
원어민 보조교사에서 학부모, 학생에 이르기까지 대상의 영광을 주변에 돌리기 바쁜 고 교사였으나 수상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더 알찬 수업을 위해 고민하는 열정만큼은 고스란히 그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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