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팀의 임무는 최신 기술을 동원해 1972년 6월20일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던 H.R. 할데만과 닉슨이 백악관에서 나눈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에서 지워진 18분30초간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이 대화가 녹음된 시점은 닉슨의 재선위원회 관계자들이 워터게이트 빌딩 내의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침입한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지워진 테이프에 얽힌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위해 수년간 노력해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 전문가들은 할데만이 닉슨과 대화를 나누면서 기록했던 2장의 메모를 분석해 닉슨 측의 범행 사실을 밝혀줄 만한 내용이 언급됐는지, 할데만의 메모 가운데 결정적인 내용을 담은 메모가 더 있었는지 여부를 가려줄 단서들을 찾아나선다.
이를 위해 조사팀은 메모지의 윗장에 글씨를 쓸 때 바로 아랫장에 남겨지는 필기구의 눌린 흔적을 인식하는 최신 기술을 이용해 이미 확보된 2장의 메모지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앞장의 필기 흔적들을 조사할 예정이다.
국립문서보관소는 이를 위해 국회도서관, 재무부 감찰부, 연방알코올담배총포국(ATFE) 등의 과학수사팀을 소집했으며 실험 결과는 내년 초순께에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의 전말을 알았는지와 언제 알았는지는 스캔들 은폐 시도에 대한 수사의 핵심 사안인 만큼 이번 조사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문제의 메모에서 사라진 부분이 있다는 사실이 입증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벌써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닉슨의 백악관 녹음테이프 관련 전문가인 루크 닉터 텍사스 A&M대학 역사학 조교수는 "내 추측으로는 닉슨이 할데만에게 백악관 관계자들 중 워터게이트 침입 사실을 사전에 안 사람이 있었는지 물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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