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5도 주민 등은 '설마' 하면서도 기뢰 폭발설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지역경제가 무너진다며 걱정이 크다.
군 관계자는 "한미연합훈련 때 기뢰부설 훈련을 하지만 백령도 일원 해상은 제외된다. 기뢰가 폭발했다면 북한 쪽에서 흘러왔거나 6·25 때 부설된 기뢰가 떠올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국회에서 "과거에 폭뢰를 개조, 적의 상륙을 거부하기 위한 시설을 해 놓았는데 다 거둬들였다"면서 "북한 기뢰가 흘러들어와 우리 쪽에 있었을 수 있다"고 답변했다.
60년 전 한국전쟁 때 북한이 소련제 기뢰를 동해와 서해에 설치해 그 후 많이 제거했지만 1959년과 1984년에도 발견됐다는 것이다.
김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어뢰 공격이나 한국군의 기뢰에 의한 사고보다는 북한이 과거 설치한 기뢰가 흘러들어와 폭발했을 가능성 쪽에 무게를 두는듯하다.
사고해역의 수심이 낮아 어뢰를 쏠만한 북한의 잠수함이 오가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침몰 원인으로 함정 내부 폭발설, 좌초설과 함께 기뢰폭발설이 불거져 귀추를 주목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백령도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아왔다는 한 주민은 "상상하기도 싫다"며 기뢰사고 가능성만으로 지역경제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주민도 "조업철 하루에도 200여 척의 어선이 오가는데 기뢰가 있었다면 벌써 사고가 났을 것"이라며 지나친 억측이라는 것이다.
북한 해안을 지척에 두고 해군과 해경 함정뿐 아니라 여객선 등도 자주 항행하는 해역 아닌가. 이번 군함침몰사고가 국내외 금융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편이라고 한다.
백령도와 연평도, 대청도와 소청도는 물론 당시 서해상을 항해하던 10여 척의 초계함과 구축함의 레이더와 주한미군의 감시자산에서도 사고 당시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감지되지 않아 대남 공격 가능성은 작다는 보고도 있다.
정확한 사고원인은 함체 인양과 정밀 조사를 거쳐야 하는 만큼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4일전 천안함 침몰사고가 난 백령도 근해가 수심이 얕고 조류가 빨라 초계함의 '통상적인' 작전 항로로는 부적절하다는 분석도 진상 규명 과정에서 꼭 짚어봐야 할 것이다.
사고 원인이 여전히 궁금하지만, 아직도 최대 관심은 실종자의 생존과 구조 여부다. 군은 실종자 46명의 상당수가 뒤늦게 찾아낸 함미에 있을 것으로 보고, 해난구조대의 잠수요원 등을 집중 투입해 망치로 두드리는 등 탐색했지만, 일단 무반응이라고 한다.
생존 가능하다는 '마의 69시간'이 지났지만, 가족을 포함한 국민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국방장관은 침몰 초기 사고해역에 먼저 도착한 해군 함정보다 해경함이 구조에 앞장선 이유를 설명하면서 "초동작전은 비교적 완벽했다"고 자평했다.
대양의 심해도 아닌 연안의 섬 바로 앞바다에서 대형 군함이 침몰했는데도 수십명의 실종자가 갇힌 채 두 동간난 함체를 4일 만에야 찾아내 접근했다.
오늘 같은 대명천지 첨단시대에 이보다 답답한 노릇이 있는가. 청와대도 '해군의 초기 대응이 잘됐다'고 평가했으나 피해 당사자로서 우선 구조에 주력해야 할 군의 사기를 참작한 격려로 이해한다. 대다수 국민이 침몰사고 사전 상황과 사후 대처 과정을 납득하는 지 의문이다.
만에 하나 외부 공격에 따른 피해라 해도 군 대비태세에 구멍이 뚫린 것이고, 내부의 안전사고였다면 평소 군 기강과 훈련·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바로 얼마 전 강릉에서 훈련차 발진한 공군 전투기 2대가 추락해 조종장교 3명이 숨지고 내륙에서 야간 훈련 중이던 육군 헬기가 떨어진 데 이어 이번에 군함이 서해에서 갑자기 침몰해 큰 인명피해가 났다.
전시도 아닌 평시에 군인들의 희생은 더욱 더 안타깝다. 장병들 자체도 못 지키는 군대가 어떻게 유사시 나라와 국민을 지킬 수 있을까.
이번에 초기 구조를 돕고 늦게나마 문제의 함미 부분을 찾는데 군함보다 어선들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이번 참사를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 나서 국방 분야에서 선진화와 문민화 여지가 얼마나 큰 지도 차제에 한번 더 깊이 있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책임 소재를 엄정하게 따져 유사사고의 재발방지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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