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인 위원장은 "공소시효나 징계시효에 구애받지 않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며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했다.
하지만 이날 예정돼 있던 폭로 당사자 정모씨에 대한 첫 대면조사는 성사조차 되지 못했다. 정씨측이 조사장소에 이견을 보이고 건강상의 이유를 들면서 면담이 불발로 끝났고 향후 조사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진상조사의 기초작업이라 할 수 있는 정씨에 대한 면담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하면서 검사들에 대한 조사는 뒤로 미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벌써부터 신속성이라는 측면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귀남 법무장관은 27일 국회법제사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검찰 내부에서 특검보다 훨씬 혹독하게 할 예정이며 필요하면 수사로도 나아갈 것"이라며 철두철미한 자정의지를 드러냈다.
이 장관의 발언은 야당 등의 특검 요구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나온 것이었다. 이날 법사위 보고가 끝난뒤 야 4당은 '검사 스폰서 의혹 규명과 비리검사 처벌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검찰이 민관합동 진상조사위를 구성했지만 민간은 불법 뇌물 검사를 수사할 권한도 기소, 처벌할 권한도 없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국회 과반을 차지하는 한나라당은 야당과는 달리 진상조사위의 철저한 조사를 본 뒤에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때 특검을 요구하는게 순서라는 입장이어서 현 단계에서 특검이 수용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의 요청은 분명하게 간추릴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공익의 대변자인 검찰에 향응.성접대.뇌물을 받은 검사들이 있는지, 과연 있었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관행처럼 자리잡아왔는지, 검찰이 이런 적폐를 송두리째 도려낼 의지와 결단력을 보여 줄 것인지 하는 것에 대한 질문이 그것이다.
검찰이 독립적인 민관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권한을 전적으로 위임한 까닭도 이런 기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진상규명위는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합당한 조치를 요구하는 임무를 완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씨의 면담 거부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진상조사단이 조사과정에서 넘어야 할 장애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상규명위 출범직후부터 위원회가 갖는 한계에 대해 여러 우려가 제기돼 왔다. 우선 현행법상 수사의 주체가 검사로 국한돼 있는데 민관으로 구성된 진상규명위가 이런 권한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지적이 있다.
또 공소시효나 징계시효가 지난 행위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한데다 전직 검사의 경우는 사실상 조사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제한까지 있다.
이때문에 위원회가 아무리 철저하게 조사활동을 벌인다해도 '졸속 조사'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제약이 있다고 해서 미리 위축되거나 소극적인 태도로 조사를 진행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떤 제약이 법률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진상규명위든, 특검이든 저마다 한계는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관건은 환부를 있는대로 드러낸뒤 도려낼 것은 도려내고 체질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사결과에 대한 비판이나 후폭풍을 우려하는 일은 그 다음에 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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